“우즈, 재기 가능성 낮아, 강한 스윙은 포기해야”…외손자 골프 실력 자랑도
권훈 기자=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하나인 NBC에서 오랫동안 골프 중계방송 해설을 맡은 조니 밀러(68)는 잭 니클라우스와 아놀드 파머만큼 뛰어난 골프 선수였지만 골프 해설로 더 유명해진 인물이다.PGA투어에서 35승을 올렸고 US오픈과 디오픈을 제패하고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그는 골프 실력보다 더 뛰어난 입담으로 NBC 골프 중계방송 해설가로 20년이 넘도록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전매특허는 ‘독설 해설’이다. 직설적으로 선수의 실수를 꼬집는 밀러의 해설은 광적인 팬을 얻었지만 선수들에게는 악몽이었다.
논란도 많았고 독설에 상처를 받은 선수들과 자주 다퉜지만 인기는 여전했다.
20년 동안 계속한 US오픈 중계방송 해설 마이크를 놓은 지난해에는 방송 도중 눈물로 작별을 고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프레지던츠컵 대회는 1996년 2회 대회부터 줄곧 해설을 해왔다.
이번 프레지던츠컵 대회에서도 NBC 방송 수석 해설가로 현장 해설을 하러 한국에 온 밀러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뜻밖에도 “한국은 사돈의 나라”라며 “외손자들에게 뿌리를 보여주려고 데리고 왔다”고 털어놨다.
밀러의 사위 존 권 씨는 티타늄, 지르코늄 등 희금속 제조 공법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인 권영진 박사의 아들이다. 권 박사의 아들 권 씨는 대학 시절부터 사귄 밀러의 딸 카시와 결혼해 올리버(15)와 사이먼(13) 두 아들을 뒀다.
권영진 박사는 티타늄으로 드라이버 헤드를 처음 만드는 등 골프에도 일가견이 있다. 두 사돈은 골프 친구이기도 하다.
밀러는 “방송 해설 일로 오는 김에 아내와 사위, 딸, 그리고 외손자들을 모두 데려왔다”면서 “특히 내 외손자들에게 한국을 경험하게 하고 외손자들의 뿌리를 알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는 16일부터 캘리포니아주 나파에서 열리는 PGA투어 2015-2016 시즌 개막전 프라이스닷컴 주최자인 밀러는 프레지던츠컵을 마치고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이들 가족은 모두 한국에 남아 한국 체험 관광을 계속 한다.
밀러의 외손자 올리버와 사이먼도 골프를 잘 친다고 자랑했다.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등 PGA투어에서 통산 35승을 올린 최정상급 스타 플레이어인 자신의 재능을 물려받았다면서 “두 외손자에게 프레지던츠컵 관람과 한국 체험을 묶은 이번 여행은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특히 사이먼은 뛰어난 선수가 될 자질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나중에 ‘사이먼 권’이라는 뛰어난 한국계 골프 선수 탄생을 기대하라는 뜻으로 읽혔다.
밀러는 여러번 한국을 방문했지만 대부분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순방 일정 가운데 하나였다.
1979년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는 마스터스 챔피언 빌리 캐스퍼와 함께 와서 18홀 시범 경기를 펼쳤다고 회고했다.
일본만 35차례가량 방문했다는 밀러는 “1970년대에 일본에는 골프붐이 한창이었다”면서 “한국에서 골프 붐이 일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 1990년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경주와 양용은, 두 명의 한국 골프 선수를 높이 평가했다.
미국에서 ‘한국 골프’하면 여자 골프를 떠올리지만 최경주와 양용은의 업적은 대단하다고 그는 말했다. 둘을 ‘위대한 선수’라고 그는 지칭했다.
”한국 여자 골프는 대단하다”고 운을 뗀 그는 “지금 배상문과 대리 리가 더 잘한다면 한국 여자 골프만큼 남자 골프도 대단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높게 쳤다. 그는 뉴질랜드 국적인 대니 리를 한국인으로 알고 있었다.
밀러는 “배상문과 대니 리는 아주 좋은 선수지만 아직 최경주와 양용은만큼은 아니다”라면서도 “배상문과 대니 리는 아직 젊으니 더 발전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배상문과 대니 리가 고국 팬 앞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치면서 자신감이 커진 것 같다고도 설명했다.
세계 골프의 판도에 대해 밀러는 1970년대 ‘위대한 12인의 경쟁 시대’가 다시 도래할 조짐이라고 분석했다.
1970년대에는 아놀드 퍼머, 잭 니클라우스, 게리 플레이어 등 ‘빅3’ 뿐 아니라 조니 밀러, 빌리 캐스퍼, 리 트레비노, 톰 왓슨, 세베 바예스테로스, 그레그 노먼, 허버트 그린, 레이 플로이드, 래니 왓킨스, 헤일 어윈 등 많은 스타 선수들이 활약하며 골프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조던 스피스, 제이슨 데이, 로리 매킬로이 등 ‘빅3’에 리키 파울러 등이 합류한다면 1970년대와 비슷한 스타 명멸의 시대가 되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밀러는 “그때는 정말 우승하기 어려운 시대였다”면서 “지금도 그런 시대”라고 규정했다.
현재 최고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밀러는 망설임 없이 스피스를 꼽았다.
그는 “스피스는 평균타수와 퍼팅 등 7가지 주요 기록에서 1위에 올랐으니 두말할 나위 없이 최고 선수”라면서 “데이가 투어챔피언십을 제패해서 페덱스컵에서 우승했다면 그를 최고 선수로 꼽았겠지만 아쉽게도 그걸 해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를 보는 눈이 뛰어난 그에게 타이거 우즈의 재기 가능성을 물었다. 그는 긴 시간을 할애해 우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내가 코치라면 그에게 ‘그렇게 힘껏 공을 치려고 하지 말라’고 조언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우즈는 비거리, 퍼팅, 그리고 쇼트게임 3박자를 다 갖춘 사상 최고의 재능을 지닌 최고 선수지만 이제 마흔살이고 부상도 많아 스물한살 때처럼 강한 스윙은 감당할 수 없다”고 단언한 그는 “파워샷은 잊고 더 정교한 샷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는 “우즈가 그저그런 선수로 투어를 뛰는 모습은 보기 싫다”면서 “그는 앞으로 1년 동안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밀러는 우즈가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 기록 경신 가능성도 낮게 봤다.
”우즈가 메이저대회 18승을 할 가능성은 100분의 1도 안된다”는 밀러는 “앞으로 메이저대회 5승을 더해야 기록을 깰 수 있는데 완벽한 몸 상태라도 어려운 일이고 서른아홉살이 넘어서 그런 엄청난 업적을 이룰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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