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지존’·’천재’의 몰락, 우즈가 처음 아니다

골프 ‘지존’·’천재’의 몰락, 우즈가 처음 아니다

입력 2015-06-23 07:23
수정 2015-06-23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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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1위 듀발·천재 구달 등 남녀 골프에 수두룩

권훈 기자= 한때 세계 최강의 골프 실력을 뽐냈던 타이거 우즈(미국)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우즈는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공식 대회에 6차례 출전해 두번 컷오프에 한차례 기권했다. 4라운드를 완주한 3차례 대회 가운데 마스터스 공동17위를 빼면 순위가 바닥권이다.

지난 2월 피닉스오픈 2라운드 82타에 이어 이달 초 메모리얼토너먼트 3라운드에서 85타를 쳤고 US오픈 1라운드에서도 80타를 적어냈다.

우승은 커녕 ‘주말 골퍼’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받는 처지다. 투어에서 경쟁할 수준의 경기력이 아니라는 냉혹한 평가도 나온다.

무려 623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지존’의 경지에 이르렀던 우즈가 몰락한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부상과 스윙 교정의 후유증으로 잠깐씩 슬럼프가 없지는 않았으나 불과 2년 전에도 우즈는 16개 대회에서 5차례 우승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허리 수술을 받아 시즌을 사실상 통째로 쉬었기에 다소 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처럼 망가진 모습으로 나타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너무나 갑작스럽고, 너무나 몰락의 정도가 심해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추측과 분석도 다양하고 제 각각이다.

’골프 지존’ 또는 ‘골프 천재’가 명확한 이유도 없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몰락한 것은 우즈가 처음은 아니다.

한때 우즈의 강력한 라이벌이던 데이비드 듀발도 최고 자리에서 바닥까지 순식간에 추락했다.

1997년∼2001년 듀발은 우즈가 부럽지 않았다. 5년 사이에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을 포함해 PGA투어에서 13승을 따냈다.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고 18홀 59타라는 기록도 세웠다.

2002년 듀발은 몰락을 시작했다. 우승없이 상금랭킹 80위까지 처진 듀발은 2003년 18개 대회에서 4차례 컷을 통과하는데 그쳤다. 2004년에는 9개 대회 밖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6차례나 컷오프됐다. 2005년에는 19개 대회에서 딱 한번 컷 통과에 성공했다.

2009년 US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부활하는 듯 했지만 듀발은 재기하지 못하고 지난해 은퇴를 선언했다.

부상과 순탄치 않은 사생활에서 비롯된 정신적 스트레스 등 듀발의 몰락에 대한 다양한 진단이 나왔지만 딱 부러지는 정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지금은 미국 골프에서 ‘전설’이 된 바이런 넬슨, 샘 스니드, 벤 호건과 동갑인 랠프 걸달의 몰락도 ‘미스터리’로 남았다.

걸달은 1937년과 1939년 사이에 US오픈 두차례와 마스터스 등 메이저대회에서만 3차례 우승했다. 당시 메이저대회나 다름없는 위상이던 웨스턴오픈을 3년 연속 우승하는 위업을 이뤘다.

1931년에 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10년만에 16승을 올렸고 19차례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골프 천재로 통했다.

걸달의 몰락 역시 거짓말처럼 갑작스러웠다. 1940년 두차례 우승 이후 더는 우승하지 못했다. 그때 나이가 29살이었다.

승부처에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냉혹한 승부사로 유명했던 걸달은 나중에 “내 포커페이스의 이면에서 나는 지쳐갔다”고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고 털어놓은 적은 있다.

미국 골프 초창기에 미국 골프 선수의 자존심이던 천재 골퍼 조니 맥더모트도 비슷한 경우다.

18살이던 1910년 US오픈 연장전에서 아깝게 무릎을 꿇은 맥더모트는 이듬해 미국 태생 골프 선수로는 처음으로 US오픈을 제패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1912년 US오픈 타이틀 방어에도 성공했다.

당시에는 정상급 골프 선수는 스코틀랜드 아니면 잉글랜드 출신이었다.

그렇지만 맥더모트의 전성기는 너무나 짧았다. 1913년 이후 그는 투어에서 사라졌다. 23살의 어린 나이였다.

전문가들은 정신 질환이 있던 그가 현대의학과 의약품의 도움을 받았다면 골프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1981년 PGA투어는 빌 로저스 천하였다. 브리티시오픈과 PGA투어 4승을 거둔 그가 1984년부터는 바닥권 선수로 변했다. 1988년까지 5년 동안 상금랭킹은 134위→128위→131위→174위→249위 등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1988년 15차례 대회에서 단 3차례만 컷을 통과하는데 그치자 그는 투어를 떠났다.

로저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는 “난 완전히 지쳐 떨어진 상태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세계 어디서나 초청료를 준다면 마다하지 않고 출전한 그가 자기 관리를 못했다는 뜻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지존’으로 군림했던 쩡야니(대만)의 몰락도 안타까운 사례다.

쩡야니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뒤를 이어 ‘골프 여제’ 자리에 올랐던 젊은 천재 선수였다.

2011년 쩡야니는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으로 메이저대회 5승째를 수확했다.

그때 나이가 22살이었다. 남녀 통틀어 그렇게 어린 나이에 그렇게 많은 메이저 트로피를 수집한 선수는 없다. 세계랭킹 1위도 쩡야니 차지였다.

쩡야니는 2013년부터 갑자기 부진에 빠졌다. 70대 후반 타수가 잦아졌고 80대 타수도 더러 나왔다.

쩡야니는 올해도 두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했다. 태국에서 열린 혼다 LPGA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재기하나 싶었지만 컷오프와 하위권 성적을 거듭하고 있다.

쩡야니는 세계랭킹 1위라는 자리가 버겁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생활이 즐겁지 않다고 했다고 한다.

우즈는 최고를 즐겼다. 자신이 남다르다고 여겼고 특별한 대접을 받는데 익숙했다.

우즈의 몰락은 쩡야니, 로저스, 맥더모트와 다르다. 우즈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빨리, 처절하게 몰락하고 있을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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