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허인회(28·상무)는 게으른 천재였다. 실력은 출중했지만 천성이 워낙 ‘자유로운 영혼’ 그 자체였다. 운동선수가 긴 머리를 노란색으로 물들이고 다녔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승을 거두고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도 1승을 거둘 때까지 그랬다. 그러다가 지난해 군에 입대했다.국군체육부대 소속 허인회가 26일 경기 포천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15 시즌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K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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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6일 경기 포천 대유몽베르 골프클럽(파72·7158야드)에서 끝난 KPGA 투어 2015시즌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최종 4라운드. 허인회는 사흘 동안 선두를 달린 동갑내기 박효원(박승철헤어스튜디오)과 연장 첫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믿기 힘든 일이었다. 첫날 5오버파 공동 63위에서 둘째 날 공동 34위로 올라서더니 3라운드를 마쳤을 때는 공동 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그래도 우승은 언감생심. 박효원이 10언더파로 4라운드를 시작했을 때 그는 7타나 뒤진 3언더파에 머물러 있었다. 박효원이 초반 우승의 맥을 잡지 못하고 이상희(23)가 치고 나가다 트리플보기로 주저앉기 전까지 허인회의 이름은 묻혀 있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7언더파 281타로 동타. 박효원이 3타를 잃는 사이 버디 7개와 보기 3개를 묶어 곶감 빼 먹듯 4타를 줄인 허인회는 당당한 우승 후보가 됐다. 연장 첫 홀 나란히 파로 끝낸 허인회는 두 번째 연장홀 박효원의 거듭된 퍼트 불운을 틈타 2m 남짓한 천금 같은 파 퍼트로 ‘육군 일병’의 쿠데타를 완성했다.
국내외 프로 통산 4승째. 군인 신분인 탓에 비록 우승 상금은 2위 박효원이 가져갔지만 허인회는 KPGA 3년짜리 풀시드를 비롯해 더 많은 것을 얻었다. 허인회는 “우승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군인 신분으로 프로대회에 나와 뛸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저뿐 아니라 모든 동료들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KPGA 투어 대회에서 군인 선수가 우승한 건 국내 선수로는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주한 미군 현역 선수 2명이 1958~60년(한국오픈), 1959·66년(KPGA선수권) 등 다섯 차례 우승한 기록이 있다.
동료 7명과 함께 임시 숙소였던 대회장 근처 부대를 아침 저녁 40분 구보로 오간 허인회의 소속팀 JDX-상무골프단은 오는 10월 세계군인체육대회에 대비해 지난 2월 창설됐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5-04-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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