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서 만난 사람] 문경안 볼빅 회장 “신호등만 봐도 컬러볼 치게 하고 싶었죠”

[그린에서 만난 사람] 문경안 볼빅 회장 “신호등만 봐도 컬러볼 치게 하고 싶었죠”

최병규 기자
입력 2015-04-14 23:58
수정 2015-04-15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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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볼 낮에 사용 ‘역발상’ 오히려 편리

“신호등만 봐도 (골프)볼을 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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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안 볼빅 대표이사 회장이 ‘컬러볼’을 들어보이며 세계 톱 5 브랜드 진입에 대한 열망을 펼쳐 보이고 있다.
문경안 볼빅 대표이사 회장이 ‘컬러볼’을 들어보이며 세계 톱 5 브랜드 진입에 대한 열망을 펼쳐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몇 안 되는 국산 골프용품 회사를 운영하는 문경안(57) 볼빅 대표이사 회장은 ‘컬러볼’을 만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국내 골프시장에 이른바 컬러볼을 만들어 방방곡곡 골프장에 뿌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6년 전인 2009년. 컬러볼 덕에 볼빅은 당시 매출액 35억원에서 5년 만인 지난해 4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볼빅은 1980년대 후반부터 골프공을 만든 ‘일야실업’이 전신이다. 국내 학원계의 양대 산맥이었던 대성학원 설립자의 셋째아들 김문규씨가 골프에 눈을 돌리면서 충북 음성에 연간 100만 더즌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었다. 이제 전설 속의 국산 골프공이 돼 버린 ‘초이스’와 ‘레드492’. ‘롱기스트’ 등이 일야실업의 작품들이었다. 1998년 매각돼 볼빅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비스무스’와 같은 낯익은 이름으로 국산 골프공을 생산했다.

그가 볼빅을 처음 만난 건 2008년이었다. ㈜선경에서 10년을 재직한 뒤 철강유통 회사인 BM스틸을 경영하던 그는 우연찮게 매물로 나온 볼빅에 눈길이 갔다. 잘나가던 정보기술(IT) 업체들을 마다했다. 그는 “골프에 대한 애정보다는 전적으로 비즈니스의 맥락에서 나온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볼빅은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던 그의 잠자던 ‘끼’를 부추겼다. 소비자의 심리를 가장 먼저 염두에 뒀다. 그는 “골프공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골퍼들에게 맡겼다. 우리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면서 “처음에는 ‘글쎄~’라는 반응이었지만 그러면 ‘예스’로 돌리면 되는 것 아니냐’며 기다렸다”고 말했다.

생각의 전환도 감행했다. 야간골프 전용볼을 만들자고 결정하고는 야광볼 시제품을 만들었다. 우연찮게 주간에 써 보니, 이게 여간 편한 것이 아니었다.

“똑같이 흰색 공으로 4명이 칠 필요 있겠느냐고 생각했어요. 단순한 생각에서였죠. 그런데 이게 제대로 맞아떨어진 겁니다.”

시장조사용으로 1000더즌을 더 만들어 이번에는 여성 골퍼들에게 배포했다. 선물용도 제작했다.

“여성 골퍼들은 골프장 한 번 가려고 세 번 옷가방을 쌉니다. 짐을 다 꾸렸다가도 다음날 새벽 비가 오면 다시 풀고 다른 옷을 챙기지요. 이들의 옷 스타일과 똑 떨어지는 코디에 힌트를 얻었습니다. 신호등만 봐도 볼 치고 싶다는 광고 카피를 만든 것도 이 무렵이었어요.”

볼빅이 상한가를 친 가장 큰 이유는 눈에 잘 띈다는 것이다. 그래서 캐디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캐디들은 잃어버린 고객들의 공을 찾아주는 데 훨씬 수월해졌고 따라서 라운드 진행도 30분 정도 빨라졌다. 그는 “컬러볼 확산의 공신들 중에 캐디들을 빼놓을 수 없다”며 껄껄 웃었다.

골프공은 공기역학을 비롯해 물리학과 수학, 소재과학, 기계공학 등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컬러볼에 삐딱한 눈초리가 걷히지 않았던 건 ‘거리가?’라는 의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종전의 타사 컬러볼처럼 색을 덧바르지 않고 소재인 플라스틱 수지에 안료를 첨가해 색깔을 내는 것이라 비거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위를 설득했고, “지금은 99.999% 의심의 눈길을 거뒀다”고 말했다.

국내시장에서 흰색 공과 컬러볼의 비율은 7대3 정도. 2년 전 흰색 골프공 시장에 뛰어든 그는 “더 큰 파이가 있는 흰공 시장에서 경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볼빅을 세계 톱 브랜드 5위 이내 편입을 목표로 하고 토털 아이템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스포츠 10대 강국이지만 아디다스나 나이키 같은 독자 브랜드를 찾기가 힘들다”면서 “선수가 유일한 세계적 브랜드인 만큼 골퍼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지만 오는 10월 프레지던츠컵에 국산 브랜드 하나쯤은 내밀어야 개최국인 대한민국의 국격도 살아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글 사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5-04-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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