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개발 열풍에서 감격스러운 성공 스토리와 어두운 정치 현실까지 골프는 현대 중국인들의 정서 일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문명의 충돌이라는 게 워시본의 해석이다.
어찌 보면 박세리를 전후해 골프 광풍이 불었던 한국의 모습과도 맥이 닿는다. 중국에서 골프는 부자들의 운동으로 질시와 비난의 대상이지만 또 한편으론 성공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책이 새삼 관심을 끄는 이유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전방위적인 ‘반부패 정책’ 때문이다. 골프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국 정부는 전국 각지에 불법 건설된 골프장에 대해 처음으로 강제 폐쇄에 나섰다.
지난 9일 신화통신은 선양의 강남골프장이 강제로 문을 닫는 등 베이징 12개 골프장을 강제 폐쇄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광저우를 비롯해 상하이, 후베이 각지의 골프장 정리 사업도 강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1990년대 외자유치 수단으로 골프장 건설을 장려했다. 2004년 178개였던 골프장은 지난해 말 585개로 늘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골프장까지 포함하면 1200~14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이 체육시설이나 리조트 등으로 지방정부의 허가를 받아 지어졌지만 정작 중앙정부는 불법 시설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중국은 지난 7월 발전개혁위원회와 국토자원부 등 11개 부처가 각 지방정부에 ‘골프장 정리에 관한 통지문’을 내려보냈다. 내년 6월 30일 관련 법이 정식으로 공포되면 살아남을 골프장이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국 골프계의 우려 섞인 시각이다.
지난 12일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이 열린 광둥성 선전시 미션힐스 골프클럽도 마찬가지다.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의 골프장으로 등재된 지 10년째인 거대 골프장이지만 향후 중국 정부가 어떤 칼날을 들이댈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곳은 특히 주변 농민들의 원성이 거센 곳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인들의 피해도 커진다는 데 있다. 중국 내에서 골프마케팅 사업을 하고 있는 박모씨는 “불법 골프장 척결 바람은 비단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한때 3억원을 호가하던 이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1억원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이를 소유한 한국인들이 막대한 피해를 이미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기침을 하는데 한국이 감기에 걸리고 있는 셈이다.
선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4-12-1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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