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탱크’ 최경주(SK텔레콤)가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2번홀에서 환상적인 벙커샷을 시도하고 있는 최경주.
오거스타(미 조지아주)=AP/뉴시스
오거스타(미 조지아주)=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마스터스 3라운드를 마친 최경주(SK텔레콤)의 표정에선 답답함이 묻어나왔다. 6오버파 78타, 합계 7오버파 223타로 선두와 격차가 11타로 벌어졌다.
마스터스 한 라운드 최저타 신기록(10언더파)를 세우는 기적을 일으켜도 그린재킷을 입기 힘든 절망적인 상황이다.
2라운드(3오버파)보다 더 못한 스코어 카드 앞에서 잠시 깊은 침묵이 흘렀다.
어렵게 TV 카메라 앞에 선 최경주는 부진을 퍼트 난조와 스핀량 부족 등 기술 탓으로 돌렸지만 마이크가 꺼지자 속마음을 털어놨다.
3라운드 파트너로 마이크 웨어(캐나다)를 만난 것부터가 달갑지 않았다. 왼손잡이 웨어는 재미교포 케빈 나(미국) 정도는 아니지만 샷 준비 시간이 긴 슬로 플레이어로 꼽힌다.
1·2라운드 때 또 다른 슬로 플레이어인 잭 존슨(미국)과 함께 경기하다 잇따라 경고를 받은 최경주는 우려한대로 이날 다시 경고를 받았다.
4번 홀에서 어이없게 타박을 당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앞 조와 간격을 좁히라는 경기위원의 다그침에 발걸음이 빨라졌고 4, 6, 7번 홀에서 퍼트가 흔들리며 잇따라 보기를 했다.
마스터스는 프레셔(정신적 압박) 극복을 전제로 하는 대회다. 항상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상황에서 심판이 ‘푸시(경기진행 재촉)’를 주는 경기 외적인 변수가 돌출하면 그 어떤 선수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최경주는 “내 플레이가 늦다고 해서 캐디에게 시간을 재보라고 했더니 35초 정도가 나오더라. 굉장히 빨리 치는 편”이라며 “초반 타이밍을 놓쳐 뛰어다니는 듯한 상황이 되니 많은 분이 ‘왜 그렇게 급하게 치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런 ‘멘털’에서 제대로 된 샷이 나올리 만무하다. 최경주는 “시멘트 바닥에서 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린이 딱딱하다는 느낌이었다”며 “체력 탓인지 몰라도 스핀량도 항상 조금씩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랜딩(공을 그린에 떨구는 것)은 잘 시켰지만 공은 많이 굴러갔다”며 “많이 굴러갈 것 같아 공을 세우려고 하면 백스핀이 많이 걸렸다. 혼돈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국인 첫 그린재킷을 염원하며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굉장히 힘든 하루였고 속상하지만 후회는 없다”며 “이 시대에 이곳 오거스타에서 경기하는 것 자체에 행복과 위안을 느낀다. 마무리를 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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