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9홀 경기 끝에 우승…”마라톤 완주한 느낌이에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골프 여왕’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연장전에 간 것은 행운이었고, 우승은 기적이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박인비는 10일(한국시간) 대회 우승을 확정하고서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오늘은 마라톤을 완주한 것 같다”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피곤하지만,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박인비는 1∼4라운드 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와 동타를 이룬 뒤 3차 연장전 끝에 시즌 4승이자 통산 7승을 따냈다. 올 시즌 2차례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며 ‘1인자’의 입지를 굳혔다.
폭우로 대회 일정이 밀리면서 이날 3∼4라운드가 잇달아 열려 박인비는 연장전을 포함, 총 39홀 경기를 치른 끝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스윙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 러프에서 헤매다 보니 더 힘들었다”면서 “연장전에서는 페어웨이를 지킨 것이 도움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4라운드의 16번, 18번 홀에서 파를 했다면 연장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면서도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우승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자신을 격려했다.
박인비는 특히 경기 막바지 샷이 맘대로 되지 않아 이런저런 변화를 시도하다 상황이 더 나빠져 연장까지 갔다고 자평했다.
그는 마지막 버디퍼트 상황을 돌아보면서 “꼭 넣어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으면 잘 안 들어가고, 가까이 붙이겠다는 마음으로 치면 들어가더라”면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골프든 인생이든 덕목인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달 일본여자프로골프(LPGA) 살롱파스컵 도중 기권하는 등 잠시 주춤했던 박인비는 4월 말 노스텍사스 슛아웃 이후 우승 행진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박인비는 “지난달 초부터 피로와 샷 난조가 겹치면서 경기가 생각만큼 풀리지 않았는데 지난주부터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우승으로 박인비는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보유한 한국 선수 한 시즌 최다 우승(5승) 기록에 1승만을 남겨뒀다.
그는 “세리 언니처럼 훌륭한 선수의 뒤를 이어 기록을 남기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면서 존경심을 나타냈다.
이어 “스테이시 루이스와 수잔 페테르센 등 위협적인 경쟁 상대가 많다”면서 “아직 시즌이 많이 남은 만큼 마음을 비우고 샷을 더욱 가다듬어 중요한 시합에서 잘 치겠다”고 다짐했다.
2008년 US여자오픈과 올해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인비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도 가까워졌다. 브리티시 여자오픈과 에비앙 마스터스 중 한 대회만 우승하면 이를 달성한다.
박인비는 “마음 같아서는 최대한 일찍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뤘으면 한다”면서 “이번 대회 우승이 저에게 큰 자신감을 주고 동기부여가 됐다”고 밝혔다.
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치러지는데 지금처럼 선수생활을 할 때 출전 기회가 생기는 건 큰 행운”이라며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 금메달을 따내고 싶다”는 목표도 드러냈다.
박인비는 한 주 휴식을 취한 뒤 21일부터 열리는 월마트 챔피언십에서 연승을 노린다.
그는 “친하게 지내는 최나연의 플로리다 집에 가서 함께 훈련하고 쉬려고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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