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프로스포츠 최강의 언더독

삼성생명, 프로스포츠 최강의 언더독

류재민 기자
입력 2021-03-15 22:44
수정 2021-03-16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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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할대 승률, 4위, 상대는 박지수의 KB… 모든 확률을 뒤집었다

KB 74-57로 꺾고 15년 만에 ‘V6’


4위 팀 우승, 4대 프로스포츠서도 35년 만
임근배 감독 절묘한 용병술, 백업 살리고
맏언니 김보미·20대 윤예빈 등 찰떡궁합
임 감독 “끝까지 포기 안 한 선수들 덕분”
김한별, 시리즈 평균 20.8점 활약에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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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삼성생명 선수들이 1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5차전에서 청주 KB를 74-57로 대파하고 챔피언 자리에 오른 뒤 커다란 축승 현수막을 배경으로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 있다. 정규리그 승률 50% 미만의 팀이 시즌 챔피언이 된 사례는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중 1986년 프로축구 대제전의 포항제철 이후 35년 만이다. 연합뉴스
용인 삼성생명 선수들이 1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5차전에서 청주 KB를 74-57로 대파하고 챔피언 자리에 오른 뒤 커다란 축승 현수막을 배경으로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 있다. 정규리그 승률 50% 미만의 팀이 시즌 챔피언이 된 사례는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중 1986년 프로축구 대제전의 포항제철 이후 35년 만이다.
연합뉴스
정규리그 승률이 5할이 채 되지 않았던 4위가 챔피언이 되는 ‘언더독의 반란’을 완성했다. 여자프로농구 23년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서도 정규리그 승률 5할 미만 팀이 우승한 것은 1986년 프로축구 K리그 포항제철(현 포항 스틸러스) 이후 35년 만에 두 번째다.

용인 삼성생명은 1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1시즌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5차전에서 김한별(35)의 활약을 앞세워 박지수(23)가 버틴 청주 KB를 74-57로 눌렀다. 최우수선수(MVP)는 시리즈 평균 20.8점 7.8리바운드 5.6어시스트를 기록한 김한별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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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별. 연합뉴스
김한별.
연합뉴스
삼성생명은 정규리그 1위 아산 우리은행과의 플레이오프(3전2승제)에서 1패 뒤 ‘리버스 스윕’으로 승부를 뒤집더니 챔피언결정전에서는 2위 KB를 상대로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누르며 2006년 여름리그 우승 이후 무려 15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통산 6번째 우승이다.

1998년 여자프로농구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등 농구 명가였던 삼성생명은 최근 15년간 인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초강세에 밀려 2, 3인자에 머물러야 했던 설움도 털어냈다.

남자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코치에서 2015년 삼성생명 지휘봉을 잡은 임근배 감독은 2전3기 끝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정규리그 낮은 순위팀의 우승은 K리그(6위), 남자농구(3위), 프로야구(양대 리그 체제에서 승률 기준 4위) 등이 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삼성생명의 우승을 점치는 전문가는 없었다. 정규리그에서도 14승16패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했다. 그런데도 우리은행과 KB를 차례차례 무너뜨리며 정상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플레이오프를 3강에서 4강으로 늘리고 정규리그 1위의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폐지한 제도 변화에 맞물려 포스트 시즌을 겨냥한 맞춤형 용병술로 시즌을 치러낸 임 감독의 용병술 때문이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매 경기 박지수를 상대로 절묘한 작전 변화로 대응하며 끝내 KB를 무너뜨렸다.

여기에 35세 동갑내기인 김한별과 김보미의 승리에 대한 절실함과 윤예빈(24), 이명관(25), 신이슬(21) 등이 부쩍 성장해 신구조화를 이룬 경기력을 보여준 것도 우승의 요인이었다. 김보미의 승리에 대한 집요함은 우승제조기라는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조차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한 후 “상대지만 우리 선수들이 저 언니를 보고 본받았으면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반면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은 시즌에 국보 센터 박지수를 보유해 개막 전 절대 1강으로 꼽혔던 KB는 박지수 쏠림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규리그 2위에 이어 끝내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다. 정규리그 전 경기 더블더블을 기록한 박지수는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도 17점 16리바운드로 변함없이 맹활약했지만 나머지 선수가 모두 한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우승 후 선수들과 맞절을 한 임근배 감독은 “여기 오기까지 힘든 부분 있었는데 정말 감사하다”면서 “선수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어줬다”고 선수들에 공을 돌렸다. 김한별은 “현실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힘든 시간 같이 보낸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모든 팀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21-03-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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