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재 하나원큐 감독이 4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원큐와 삼성생명의 경기 중 선수들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WKBL 제공
삼성생명은 4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원큐와의 경기에서 64-49로 승리했다. 이날 점수는 이번 시즌 양팀 도합 최저득점 경기였다. 점수만큼이나 경기력이 크게 떨어졌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하나원큐는 강이슬과 고아라가, 삼성생명은 김한별이 부상으로 빠졌다. 팀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들의 공백은 곧바로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하나원큐는 1쿼터 8분 동안 득점하지 못한 끝에 4득점으로 마쳤다. 턴오버도 8개나 나왔다. 둘 다 이번 시즌 처음 나온 불명예 기록이다. 1쿼터부터 16-4로 벌어지면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 나는 듯했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에 이훈재 하나원큐 감독의 목소리가 커졌다. 무관중으로 선수들의 신발 마찰음만 가득했던 코트에 이 감독이 선수들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작전타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감독의 목소리는 이내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2쿼터 흐름을 내준 삼성생명은 3쿼터에도 주춤하며 36-36으로 동점이 됐다. 유리한 흐름을 내주자 임 감독이 선수들에게 연신 호통치는 목소리가 코트에 가득했다. 평소 온화함으로 무장해 신사의 품격을 자랑하는 두 감독의 낯선 모습이었다.
호통을 쳐도 달라지지 않는 경기력은 한숨으로도 이어졌고, 결국 이날 경기는 시즌 최저득점 경기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올스타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였기에 보는 팬들의 아쉬움은 더 컸다.
승리를 자축하는 삼성생명 선수들. WKBL 제공
경기 후 미팅이 평소보다 길었던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책임감 있게 했는지, 겁 안 내고 했는지 물어봤다”면서 “선수들이 가슴 속에서 화가 나든지 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임 감독은 보다 근본적인 ‘경기력’의 문제를 짚었다. 임 감독은 “아웃사이드에서 던지는 슛이야 안 들어갈 수도 있는데 인사이드 이지샷은 꼬박꼬박 넣어줘야 흐름이 이어진다”면서 “여자농구가 그런 걸 못 넣고 있기 때문에 선배들보다 수준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이라고 슛이 다 들어간 건 아니다. 예전에도 60~70점대 경기가 있었다”면서 “그래도 선배들은 이지샷, 미들슛, 오픈슛 확률이 높았다. 메이드가 되니까 농구를 한다는 느낌을 줬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는데도 못 넣는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용인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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