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 유니폼 장물인줄 모르고 산 광팬, 생색 안 나게 돌려준 ‘맘바 정신’

코비 유니폼 장물인줄 모르고 산 광팬, 생색 안 나게 돌려준 ‘맘바 정신’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3-14 13:03
수정 2019-03-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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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저 제공 ESPN 홈페이지 캡처
류저 제공 ESPN 홈페이지 캡처
도둑 맞은 뒤 2년 만에 미국프로농구(NBA) 레전드 코비 브라이언트의 고교 시절 유니폼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코비가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재학했던 로어 메리언 고교 시절 경기를 뛴 뒤 직접 서명까지 남긴 유니폼은 2017년 이 학교 전시관에서 지역 농구대회 우승 트로피, 코비의 서명이 담긴 농구화와 함께 감쪽 같이 사라졌다. 코비는 2002년 이 학교가 자신의 등번호 33번을 영구결번하며 전시했을 때 찾아와 기뻐했다. 학교 측은 하는 수 없이 복제품을 하나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고 ESPN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그런데 이 셔츠는 지난해 말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광팬으로 기념품 수집 마니아인 류저는 인스타그램에 ‘코비 박물관’을 꾸며 자랑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어느날 한 판매자가 자신에게 연락해와 귀중한 유니폼이 있는데 살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것이었다. 2000 달러(약 226만원) 가량 내고 유니폼을 구매한 그는 코비의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시절 등번호 8번과 24번 유니폼들은 물론, 미국 대표팀의 10번 유니폼에다 로어 메리언 고교 시절 33번 유니폼까지 갖추게 돼 뛸 듯이 기뻐했다.

하지만 얼마 뒤 코비의 고교 시절 사진들을 살펴보다 자신이 구매한 유니폼이 도둑 맞은 장물임을 알게 됐다.
2002년 로어 메리언 고교를 찾아 자신의 등번호 33번 유니폼이 영구결번에 기뻐하는 코비 브라이언트. AP 자료사진
2002년 로어 메리언 고교를 찾아 자신의 등번호 33번 유니폼이 영구결번에 기뻐하는 코비 브라이언트.
AP 자료사진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에서 코비를 만났다는 류저는 16일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조 추첨을 위해 중국 선전을 찾을 예정이었던 코비에게 몸소 유니폼을 돌려주려 했으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교 관계자가 돌려달라고 부탁하자 결국 우편으로 고교 측에 보냈다. 지난주 유니폼을 전달받은 학교 측은 수사기관 감정을 통해 도난당한 진품임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아무 보상을 바라지 않고 유니폼을 돌려준 류는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코비가 후원한 캠프에서 직접 만났을 때 그가 서명하며 함께 적어준 ‘꿈은 크게 삶은 기적처럼, 맘바(Mamba·브라이언트의 별명) 정신’이란 문구가 올바른 일을 하도록 이끌었다. 아마도 FIBA 농구월드컵 조 추첨 현장에서 코비에게 돌려줬더라면 자신의 얼굴을 더욱 널리 알리고 생색을 낼 수도 있었을텐데 포기한 것도 상당한 용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마지막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중국에 오기 전 코비가 이 소식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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