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스포츠 중계 영상 캡처
팟츠가 지난 3일 삼성과의 프로농구 원정 경기에 30점을 넣어 82-77 승리를 이끈 뒤 주관 방송사와의 수훈 선수 인터뷰 동영상이 5일 아침에 뒤늦게 화제로 떠올랐다. 중계진이 한국에 온 지 얼마 안되는 그에게 ‘혹시 할 줄 아는 한국말이 있느냐’고 물은 게 화근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던 그의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은 “나가?“였다. 눈치챘겠지만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으로부터 많이 들은 말이 아닌가 짐작된다. 통역 변영재씨가 당황한 듯 어깨를 툭 건드리며 자제하라는 듯한 신호를 보냈다.
이어 변영재 통역이 엄지를 들어 보이며 “굿”이라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유도하자 팟츠는 이내 “좋아”라고 답했다. 여기에서 마쳤으면 무난했을텐데 팟츠는 굳이 “닥쳐”라고 내뱉곤 빙긋빙긋 웃었다. 당황한 중계진과 변 통역은 “안돼, 안돼, 안 들은 것으로 하겠다”며 급히 마무리했다.
팟츠는 이번 시즌 평균 19.3점을 넣고 리바운드 6개를 잡아내는 등 전자랜드가 2위로 순항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유니폼 하의를 유독 짧게 입는 데다 특유의 턱수염, 분홍색 농구화 등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인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전자랜드 홈 경기장인 삼산월드체육관이 있는 동 이름을 따 ‘삼산동 귀요미’로 통하는 이유다.
팟츠는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별명에 대해 “귀엽게 생기지 않았는데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한국말을 더 배워서 다음 인터뷰 때 더 많은 한국말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창단 후 처음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노리는 전자랜드는 유독 코트 바깥에서도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연출해내고 있다. 이날 경기 도중에도 유 감독이 타임아웃을 부른 뒤 일찍 파울 트러블에 걸린 찰스 로드를 향해 자신의 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룩 앳 미(Look at me)”라고 여러 번 말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유 감독은 이번 시즌 타임아웃 도중 국내 선수들에게 “‘떡 사세요’ 하면서 얘(외국인 선수)만 찾을 거야?”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또 몇 년 전 KCC와 경기 도중 슛 성공률이 떨어지는 상대 신명호에 대해 “신명호는 (수비하지 말고) 놔두라고 40분 내내 얘기했는데…”라고 선수들에게 말하는 장면은 지금도 인터넷 ‘인기 동영상’ 순위에 오를 정도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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