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구 남측 대표단 맞은 북측 “왜 수송기를, 짐 싣는건데”

통일농구 남측 대표단 맞은 북측 “왜 수송기를, 짐 싣는건데”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7-03 16:44
수정 2018-07-0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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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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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송기를 타고 온 겁니까? 수송기는 원래 짐을 싣는건데?.”

3일 오전 10시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해 서해 직항로를 경유해 오전 11시 10분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남북 통일농구 대표단을 마중 나온 북측 인사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 북측 관계자들은 미국의 제재 등에 저촉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수송기 두 대를 이용해 방북한 남측 대표단을 맞고는 “수송기 타고 와서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군 수송기가 남북을 오간 것은 결코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

민항기를 이용할 경우 미국의 대북제재로 인해 해당 민항기가 6개월 동안 미국에 착륙할 수 없다. 미국으로부터 예외 사례로 인정 받아야 하지만 남북 통일농구 경기까지 시간이 촉박하기에 공군 수송기를 이용하게 됐다. 북측 당국자는 수송기에서 내리는 남쪽 대표단 인사의 얼굴을 명단 사진과 일일이 대조하기도 했다.


단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안문현 국무총리실 국장,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등 정부 대표단 5명은 원길우 체육성 부상과 공항 귀빈실에서 환담했다. 원길우 부상은 귀빈실에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앞서 조 단장과 나눴던 인삿말을 다시 들려달라는 취재진의 주문에 “속도 빠른 게 기자선생들인데 오늘 왜 속도가 이렇게 늦었느냐”고 농을 건네기도 했다.

조명균 단장은 “지난번에 북측에서 오신 분들이 평양이 ‘어제가 옛날 같다’고 할 정도로 아주 많이 변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순안공항에서부터 그런 흐름을 느끼기 시작한다. 평양시내 들어가면서 그런 것을 많이 느낄 것이고 저희가 선수단, 대표단만 오는 게 아니라 남측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 또 화해협력을 바라는 마음을 같이 저희가 안고 왔기 때문에 그런 것을 우리 평양 주민들, 북측 주민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원길우 부상은 “북과 남이 다같이 독도 병기된 깃발을 아시아 경기 때 띄우는 게 겨레의 한결같은 소망이고 온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통일 의지를 담아서 민족의 염원을 담아서 통일의 열기를 담아서”라고 말하자 조 단장이 “현재 협의 중이고 계속해서 협의해 나가자는 뜻”이라고 중간에 잘라 정리하기도 했다. 원 부상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의 직접적 발기와 북남 수뇌분들의 깊은 관심 속에 평양에서진행되는 북남통일농구경기에 남측 농구선수단을 이끌고 통일부 조명균 장관이 대표해서 여러 일행분들이 평양에 온 데 대해서 열렬히 축하한다”며 “남측 성원들을 여러 번 만났는데 만나볼수록 만나볼수록 정이 통하고 통일에 대한 열망도 강렬해지는 걸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남 화해협력, 평화번영의 대통로를 열어나가는 데 체육이 앞장선 데 대해 긍지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늘 통일농구선수단을 원래 체육장관이나 체육 관계자뿐 아니라 통일부 장관 선생이 이끌고 온데 대해서 좀더 의의가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 선수들은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50분 정도 가볍게 훈련을 진행했고 오후 7시부터 평양 옥류관에서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주재하는 환영 만찬에 남북 선수들이 한데 어울려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누고 베란다 밖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편 4일 오전 9시부터 2시간 훈련한 뒤 오후 3시부터 기념행사가 열리고 3시 40분부터 남북 대표팀 선수들이 ‘평화’와 ‘번영’ 팀에 뒤섞여 여자와 남자 한 경기씩 치르고 5일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오전 훈련을 진행하고 오후 3시부터 여자 대표팀끼리 대결한 뒤 남자 대표팀끼리 친선경기를 벌인다.

평양공동취재단·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남자농구 대표팀의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 북쪽 당국자로부터 명단과 일치하는지 확인받고 있다. 평양 사진공동취재단
남자농구 대표팀의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 북쪽 당국자로부터 명단과 일치하는지 확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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