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BA 3대3 농구 대표 임채훈
비선수 출신으로 대표팀 합류국대 발탁 후 회사서 훈련 배려
감독 통역하고, 부상 직접 치료
“올림픽 정식 채택… 지원 아쉬워”
이달 초 막을 내린 국제농구연맹(FIBA) 3대3 농구 아시아컵 한국 대표팀 명단에는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임채훈(27·188㎝)씨가 포함돼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단 한번도 엘리트 농구를 경험하지 못한 ‘샐러리맨’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것이다. 예선 탈락을 예상한 한국 대표팀은 8강에 오르며 선전했다. 임씨는 앞으로 올해 처음 생긴 3대3 농구 프로리그에서도 뛸 예정이다. 그야말로 평일에는 회사원, 주말엔 농구 선수로 활약하는 ‘이중 생활’을 하고 있다.
3대3 농구 대한민국 대표 임채훈 선수가 지난 18일 자신이 근무하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회사 인근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 도중 ‘코리아’라고 쓴 유니폼을 입은 채 포즈를 취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임씨는 지난 3월 열린 3대3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고등학교 때부터 동호회에서 호흡을 맞춰 뛰던 김민섭(30), 박민수(28), 방덕원(30)씨와 함께 NYS라는 팀을 이뤄 나가 우승을 차지했다. 대학이나 프로팀에서 뛰기도 했던 출전자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기 마련이었다.
임씨는 “국가대표 선발 뒤 회사에서 배려를 많이 해줬다. 대한농구협회에서 공문을 받고는 충북 진천선수촌에 가서 훈련하고 중국 선전에서 열린 대회에도 나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총 2주가량 자리를 비웠다”며 “12월 정직원으로 전환되기 전 인턴으로 근무 중일 때도 훈련을 위해 회식에 빠질 수 있었다. 야근도 많지 않아 월요일과 금요일에 훈련을 하고 주말에 대회를 나가거나 연습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쉬웠던 점도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3대3 농구에 대해 국내에선 지원이 열악했다고 되뇐다. “통역이 따로 없어 영어를 좀 할 수 있는 감독님이 통역 역할도 맡았습니다. (박)민수형이 시합 도중 발목을 다쳤을 때도 선수들 스스로 식당에 가서 얼음을 얻어와 찜질을 했죠. 스프레이 파스도 스스로 챙겨와 뿌렸습니다.”
임씨는 3대3 프로리그 오이타 스탬피드 소속이기도 하다. 일본인 3명과 한국인 3명으로 구성된 팀인데 임씨도 트라이아웃을 통해 당당히 선발됐다.
임씨는 “취미로 농구를 하면서도 국가대표나 프로리그에서 뛰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바람과 각오도 되새겼다. “앞으로 일반인에게도 큰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농구를 해야 업무 스트레스를 씻을 수 있습니다. 일과 농구 모두 제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 같아요.”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8-05-2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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