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돋보기] 대체 누가 ‘플라핑’을 가르친 거죠?

[스포츠 돋보기] 대체 누가 ‘플라핑’을 가르친 거죠?

한재희 기자
입력 2018-04-12 00:30
수정 2018-04-1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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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다친 연기로 반칙 얻어내기

“도대체 누가 ‘플라핑’(flopping)을 가르쳤는지 모르겠네요.”

지난 10일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2차전 뒤 로드 벤슨(34·DB)은 플라핑에 대해 거세게 불만을 쏟아냈다. 과장된 몸짓으로 다친 척 연기를 해 반칙을 얻어내는 것을 뜻하는 플라핑이 한국 농구에서 너무 잦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 문제는 아니지만 챔프 2차전에는 특히 문제로 삼을 장면이 잦았다. 4쿼터 8분 41초를 남기고 김민수(36·SK)가 벤슨에게, 27.8초를 남기고는 안영준(23·SK)이 디온테 버튼(24·DB)에게 부딪혀 고통을 호소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정상 플레이로 판단됐다. 플라핑이라면 테크니컬파울을 불든가 할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자 은퇴를 앞둔 벤슨이 시원하게 쏘아붙였다.

물론 특정 팀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농구연맹(KBL)에 따르면 올 시즌 플라핑에 대한 경고는 21번 나왔다. 챔프 2차전을 앞두고 문경은 SK 감독은 “선수들이 곧 은퇴하는 국보급 센터가 불편하다고 호소한다”며 김주성(39·DB)의 플라핑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정현(31·KCC)은 작은 충돌에도 소리를 지르며 파울을 유도한다고 해서 ‘으악새’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달았다.

그렇다고 단순히 선수들만 욕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플라핑은 유소년 때부터 이어진 뿌리 깊은 문제다. 승패에 집착하는 중·고교 감독들이 암묵적으로 플라핑을 용인하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요령인 양 가르치기도 한다. 선수들도 쉽게 파울을 따내려고 플라핑을 체득하다 보니 일종의 버릇처럼 굳기도 한다. 이들이 자라 프로나 심판으로 뛰어 만연해진다.

‘프로농구 선수 출신 1호 교수’ 김세중 경운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는 “농구인으로 부끄럽지만 국내 리그에 플라핑이 많다. 국제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유독 심판 판정에 많이 항의하는 것도 이와 맞닿았다”며 “용병 선수들도 처음엔 많이 놀라다가 나중엔 살아남기 위해 플라핑을 배운다. 유소년 때의 잘못된 교육이 빚어낸 결과”라며 씁쓸해했다.

체득된 습관을 먼 뒷날 고치기란 어렵다. KBL도 적극 경고를 주고 테크니컬파울에 대해 제재금(20만원)을 물리지만 역부족이다. 일단 일부러 그러는지를 판단하려면 애매하기 일쑤다. KBL은 경기 분석을 통해 안영준과 김민수의 챔프 2차전 행동에 대해 플라핑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제재도 좋지만 플라핑을 아예 몰라야 하기에 벤슨의 물음에 이제라도 농구계가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8-04-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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