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꼭 가”… 하늘서 보낸 사랑, “항상 응원해 줘”… 하늘로 부친 답장

“패럴림픽 꼭 가”… 하늘서 보낸 사랑, “항상 응원해 줘”… 하늘로 부친 답장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1-09-01 22:08
수정 2021-09-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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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문 양궁 선수 부부의 애끓는 연서

“내가 위에서 응원할게… 사랑한다 문이야”
3년 전에 떠난 남편 김진환씨 편지 남겨
“사랑해” 도쿄에서 답장… 오늘 32강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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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패럴림픽 양궁 대표 조장문과 남편 김진환씨가 살아 있을 때 함께 찍은 사진.  조장문 제공
2020 도쿄패럴림픽 양궁 대표 조장문과 남편 김진환씨가 살아 있을 때 함께 찍은 사진.
조장문 제공
삐뚤빼뚤한 글씨 속에 담긴 진심에 답장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평생 오른발이 돼 주겠노라고 다짐했던 남편 김진환씨를 3년 전 떠나보낸 조장문(55·광주시청)은 남편이 생전 간곡히 당부했던 도쿄패럴림픽에 참가하고 나서야 답장을 쓸 수 있었다. “보고 싶고 사랑하는 남편에게”로 시작해 “우리 남편 너무 보고 싶네. 사랑해”란 말로 끝나는 그리움 가득한 편지였다.

김씨는 소아마비로 오른발이 불편한 조장문이 2012년 양궁 선수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2017년 10월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김씨가 정밀검사 결과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허리 통증의 원인은 암세포가 간에서 척추로 전이돼 척추 4번이 무너진 탓이었다. 서울에서 치료 방법을 찾았지만 더는 손을 쓸 수 없고 수술도 의미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2017년 12월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수술을 진행했으나 3개월 후 가족 곁을 떠났다.
남편의 생전 편지. 조장문 제공
남편의 생전 편지. 조장문 제공
조장문은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한 번 더 오열했다. 김씨가 병원에서 쓰던 다이어리에서 자신에게 쓴 편지를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여보, 고맙고 미안하다. 못난 남편을 살리려고 했는데 평생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 도쿄패럴림픽도 함께할 수 없구나.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편지 말미에는 “여보, 패럴림픽에는 꼭 가. 내가 위에서 응원할게. 사랑한다 문이야. 못난 남편이”라는 당부를 남겼다.

김씨는 일가친척에게도 편지를 남겼는데 모두 ‘부인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조장문은 남편의 당부대로 패럴림픽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고 마침내 도쿄에 도착한 후 남편에게 답장을 띄웠다.

조장문은 “항상 국내 시합 때 함께했던 당신의 힘으로 2019년 네덜란드(세계선수권대회)에서 쿼터를 획득해 당신이 걱정하고 원하는 도쿄패럴림픽에 왔어요. 남편의 빈자리가 너무 크고 힘들 때마다 산소를 찾아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어서 눈물만 나오네”라고 답했다.
조장문의 답장. 조장문 제공
조장문의 답장. 조장문 제공
이어 “끝까지 함께하며 내 오른발이 돼 주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가버리고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네요”라며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남편 덕분으로 아이들과 씩씩하게 살아갈게요. 항상 하늘에서 응원해 주세요”라고 썼다. 끝맺음은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조장문은 2일 여자 개인전 리커브 오픈(32강전)에 출전한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선 9위에 이름을 올린 그는 하늘에서 보내는 남편의 응원을 받고 더 높은 곳을 꿈꾸고 있다.
2021-09-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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