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선수촌 내 골판지 침대가 찢어져 주저앉은 모습.
패럴림픽을 위해 최근 선수촌에 입촌한 A감독은 입촌과 동시에 선수들의 안전부터 걱정하게 됐다. 방에 화장실 변기가 샤워실과 분리돼 있었고 샤워실 안에는 간이 의자가 하나 달랑 있었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주로 변기에 앉아 샤워한다.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동시에 샤워까지 마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측이 제공한 선수촌 시설은 두 가지를 따로 해결하도록 돼 있어 A감독은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A감독은 “장애인이라고 배려해준 것 같은데 오히려 변기랑 샤워실이랑 멀리 떨어져 있어 불편하다”면서 “개인적으로는 크기가 작은 것도 그렇고 샤워실에 설치된 의자와 비슷한 의자에 앉다가 다리가 부러진 기억도 있어 겁이 난다”고 말했다. A감독과 선수들은 샤워 시설과 변기가 붙어 있는 방으로 옮기려고 시도했지만 화장실 문이 좁아 휠체어가 드나들 수 없는 문제 때문에 결국 원래 제공된 방으로 돌아와야 했다.
샤워실에 간의 의자가 놓인 모습.
B감독은 “4인이 1실을 쓰는데 중증장애인 4명이 몰려 있으니 화장실을 1명이 들어가면 나머지는 엄청 오래 기다려야 한다”면서 “방을 넉넉하게 잡아주지 않아 우리는 나가기 2시간 전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는 “장애인 방을 쓰는데 오히려 더 불편하다 보니 선수촌 시설 때문에 경기력에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다”고 걱정했다.
선수단은 공통적으로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었다. 장애인들은 수건이 조금 더 필요한데 조직위 측에서 제공하는 수건이 부족한 탓에 선수들은 직접 수건을 공수해 방에 비치해둬야 했다. 다른 종목 선수들은 기존 샤워실 의자를 치우고 방에 놓인 그나마 조금 더 튼튼한 의자를 샤워실에 갖다 놓기도 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C선수도 “화장실은 비장애인들은 문제가 안 될 것 같은데 우리는 쓰기 힘들다”면서 “일본이 선진국이라 기대했는데 리우 때보다도 실망이 크다”고 한숨 쉬었다.
변기가 따로 설치된 모습.
C선수는 “우리는 휠체어를 타서 침대 모서리 같은 데 부딪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나무면 그냥 까지고 말 텐데 골판지다 보니 계속 부딪치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침대로 몸을 옮기기 위해서는 침대 앞에 휠체어를 두고 힘을 한 번에 모아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골판지 침대의 안전성 때문에 불안함이 크다.
B감독은 “휠체어와 침대가 안 닿을 수가 없는데 밑에 휠체어가 닿는 부분들은 그냥 찢어진다”면서 “장애인들은 힘을 분산해서 옮길 수가 없어서 침대에 바로 앉는데 침대가 약간씩 눌리는 것 같다. 우리는 털썩 내려앉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D감독 역시 “아무리 조심해도 닿는 부분들이 생긴다”면서 “침대가 푹 들어가고 복원이 안 된 채로 찌그러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가 한 번 찌그러진 걸 펴려고 해도 금방 다시 찌그러졌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선수촌 내부 시설 모습
선수촌 시설 문제는 이미 올림픽 때부터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여러 가지 불편함을 호소했다. 당시에도 하시모토 세이코 조직위원장은 “쾌적한 장소를 제공하도록 준비했다고 이해하고 있었다”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패럴림픽이라고 크게 달라진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장애인 선수들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안전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누구 하나 다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선수단으로서는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으로 무사고를 기원하며 대회를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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