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등이 보여 좋았어”…전웅태·정진화 뜨거운 포옹

“너의 등이 보여 좋았어”…전웅태·정진화 뜨거운 포옹

곽혜진 기자
입력 2021-08-07 22:56
수정 2021-08-08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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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 사상 첫 메달로 새 역사 써
전웅태 동메달에 정진화도 4위 ‘쾌거’
두 선수, 경기마다 함께해온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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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 레이저런 경기에서 한국 전웅태와 정진화가 결승선을 통과한 후 포옹하고 있다.  2021.8.7 연합뉴스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 레이저런 경기에서 한국 전웅태와 정진화가 결승선을 통과한 후 포옹하고 있다. 2021.8.7 연합뉴스
“다른 사람이 아닌, 웅태 등을 보면서 결승선을 통과해 마음이 편했다”

결승선을 통과한 정진화(32·LH)는 경기마다 함께해온 경쟁자이자 조력자인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를 껴안고 한동안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가장 오랜 시간 한국 근대5종을 지탱해온 선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한국 선수 역대 최고인 11위에 올랐고, 2016년 리우 대회에서는 13위를 했다. 그러나 늘 메달권엔 진입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 설움을 오늘에서야 풀었다. 7일 일본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동생 전웅태가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메달을 거머쥐었다. 그간 형 정진화가 열어둔 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진화는 전웅태의 바로 다음인 4위로 결승선에 들어섰다.

경기가 끝난 직후 정진화는 “훈련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하면서 “그 힘들었던 순간들이 다 생각나면서, 또 동생이 동메달도 따고 해서, (오늘도)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둘은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쓰며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포디움에 함께 오르자고 약속했다.

시원섭섭한 마음을 감추진 않았다. 정진화는 “4등만큼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결국 그 4등의 주인공이 내가 됐다”며 “웅태와 약속을 못 지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선수 등이 아닌, 웅태 등을 보면서 결승선을 통과해서 마음이 편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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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경기에서 전웅태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전웅태의 뒤로 4위로 들어오는 정진화가 보인다. 2021.8.7 연합뉴스
7일 오후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경기에서 전웅태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전웅태의 뒤로 4위로 들어오는 정진화가 보인다. 2021.8.7 연합뉴스
근대5종의 매력을 설명해보라는 말엔 자신이 4위한 것을 예로 들었다. 정진화는 “순위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10등 밑에 있던 선수도 메달을 딸 수 있는 게 근대5종의 매력”이라고 했다. 격렬한 움직임이 이어지는 경기인 만큼 부상이 끊이질 않았다. 이날도 진통제를 맞고 겨우 대회를 치렀다.

성실히 훈련해온 지난날을 다독여주는 법도 알고 있었다. 정진화는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고마움’을 꼽았다. 그는 “늘 부상을 달고 선수 생활을 해왔다”며 “잘 버텨줘서 정말 고맙다고 나 자신에게 말하고 싶다”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오늘이 도전의 끝은 아닐 것이다. 3년 뒤 파리 올림픽 도전 여부를 묻는 말에, 이토록 강인한 선수는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좀 쉬면서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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