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마라톤은 개그가 아닙니다”…캄보디아 귀화 日 개그맨 선전다짐

<올림픽> “마라톤은 개그가 아닙니다”…캄보디아 귀화 日 개그맨 선전다짐

입력 2016-08-16 09:45
수정 2016-08-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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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 불발됐지만 결국 리우 올림픽 출전

6명에 불과한 캄보디아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단에서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선수는 남자 마라톤에 출전하는 다키자키 구니아키(39)다.

지난 6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는 다키자키. AP 연합뉴스
지난 6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는 다키자키.
AP 연합뉴스
다키자키는 일본에서 네코 히로시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개그맨이다.

캄보디아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운동선수도 아니었던 다키자키가 캄보디아 국적의 마라톤 선수가 된 것은 농담과 같은 한마디 때문이었다.

다키자키가 처음 마라톤 풀코스를 뛴 것은 지난 2008년이었다.

연예인에게 도전과제를 주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기록은 3시간48분57초였다.

그리고 2009년 다키자키는 또 다른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다지 인기가 높지 않은 다키자키를 어떻게 하면 잘 나가는 스타로 만들 수 있느냐를 놓고 출연자들이 장난스럽게 토론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때 한 출연자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바로 “국적을 바꿔 올림픽에 출전시키자”는 것이었다. 농담으로 꺼낸 이야기였지만 다키자키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선수층이 얇은 캄보디아로 국적을 바꾸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뒤 캄보디아 정부와 접촉했다.

의외로 캄보디아 정부도 다키자키의 귀화 계획에 열의를 보였다. 어차피 캄보디아 내에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낮으므로 귀화 선수의 출전은 별다른 논란이 없고, 일본 개그맨이 귀화할 경우 자국의 관광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결국, 다키자키는 2011년 캄보디아 국적을 얻고,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의 희망을 부풀렸다.

그러나 런던 올림픽 출전의 꿈은 무산됐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적어도 국적을 얻은 지 1년이 지나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출전이 무산되자 일본에선 다키자키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됐다.

‘올림픽을 개그 소재로 삼지 마라’, ‘다키자키 때문에 출전권을 잃은 캄보디아 선수가 불쌍하다’는 등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다키자키는 그래도 올림픽 출전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 30㎞씩 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무대가 끝난 새벽 1시부터 새벽까지 달리는 날도 있었고, 10㎏ 배낭을 메고 달리는 날도 있었다.

1년에 4개월은 캄보디아에 체류하며 언어를 배우고, 마라톤을 연습했다. 어느덧 일상회화는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 됐다.

기록도 갈수록 향상됐다.

지난해 2월 도쿄마라톤대회에선 2시간27분48초로 자신의 최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 5월에 열린 캄보디아 마라톤 대표 선발대회에서도 우승한 뒤 와일드카드로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이번 대회에서 다키자키의 목표는 자신의 최고기록인 2시간27분대를 경신하는 것이다.

다키자키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그맨이지만 리우에선 진지하게 달리겠다. 대표로 선발해준 캄보디아에 은혜를 갚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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