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 올림픽에 캄보디아 마라톤 대표선수로 출전한 일본인 개그맨 다키자키 구니아키
다키자키 구니아키(39)가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에서 출발해 구하나바하 베이 해변도로를 돌아 다시 삼보드로무로 도착하는 리우올림픽 남자 마라톤 42.195㎞ 풀코스를 2시간 45분 44초에 완주하고 결승선에 들어오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남자 마라톤에서는 엘루이드 킵초게(32·케냐)가 마라톤 전향 3년 만에 올림픽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킵초게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은 마라토너가 있었다.
캄보디아 대표 다키자키 구니아키(39)가 주인공이다.
남자 마라톤 행렬이 잦아들 시점, 139위와 140위의 ‘순위 경쟁’이 펼쳐졌다.
결승점 삼보드로무가 다시 달아올랐다.
다키자키가 막판 스퍼트를 올렸고, 메스컬 드라이스(요르단)도 힘을 냈다.
다키자키가 이를 악물고 더 힘을 내자, 드라이스는 역전을 포기했다.
다키자키는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최대한의 속력을 냈다. 체념한 드라이스는 웃어 버렸다.
다키자키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에서 출발해 구하나바하 베이 해변도로를 돌아 다시 삼보드로무로 도착하는 리우올림픽 남자 마라톤 42.195㎞ 풀코스를 2시간 45분 44초에 달렸다.
이날 남자 마라톤에 출전한 선수는 총 155명. 이 중 15명이 기권했다.
다키자키는 최하위권으로 밀렸지만, 꼴찌를 피하고자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해 뛰었다.
다키자키는 139위, 드라이스는 140위를 기록했다. 완주한 선수 중 뒤에서 1, 2위였다. 드라이스의 기록은 2시간 46분 18초였다.
하지만 삼보드로무를 채운 관중들은 다키자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다키자키는 양팔을 드는 ‘뽀빠이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리고 일본 취재진을 향해 “해냈다. 내가 해냈다”고 소리쳤다.
다키자키는 일본에서 네코 히로시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개그맨이다.
2008년부터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 다키자키는 선수층이 얇은 캄보디아로 국적을 바꿔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하겠다는 꿈을 키웠다.
2011년 캄보디아 국적을 얻고,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 희망을 부풀렸다.
그러나 런던올림픽 출전 꿈은 무산됐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적어도 국적을 얻은 지 1년이 지나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다키자키는 포기하지 않고 리우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삼았다. 5월 캄보디아 마라톤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면서 와일드카드로 리우올림픽 출전권도 따냈다.
완주를 목표로 뛴 올림픽 마라톤. 다키자키는 마지막까지 전력 질주했고 꼴찌도 면했다.
그는 우승한 선수만큼이나 기뻐했고, 그만큼 축하도 받았다.
다키자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로서 기록은 좋지 않았다”라며 “조금 더 끈기있게 뛰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는 “캄보디아인도 일본인도, 브라질인도 모두 응원을 해 줘 감사하다. 레이스 막판엔 힘들었지만 절대 걷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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