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 최초로 400m 계주 은메달 획득
야마가타 료타, 이즈카 쇼타, 기류 요시히데, 아사카 캠브리지는 일렬로 서서 칼을 꺼내 찌르는 동작을 했다.
일본 무사 ‘사무라이’가 세계 육상을 겨냥하는 의미를 담은 자세였다.
이 퍼포먼스는 일본을 넘어 아시아 육상에 오래 기억될 명장면이 됐다.
일본 남자 400m 계주팀은 2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37초60을 기록, 자메이카(37초27)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400m 계주에서 아시아 최초로 동메달을 딴 일본은 2016년 리우에서 더 빛나는 역사를 만들었다.
자메이카만을 의식했던 육상 강국 미국은 일본에 0.02초 뒤진 37초62로 뒤졌고, 경기 후 판독에서 바통 터치 실수로 실격 처리됐다.
미국이 실격 처리 되기 전 기록을 넘어섰다는 건, 일본에 더 큰 자부심을 안긴다.
이날 일본 계주팀으로 나선 4명 중 100m 개인 기록이 가장 좋은 선수는 기류다. 기류의 100m 개인 최고 기록은 10초01이다.
미국 계주팀은 모두 9초대 개인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미국을 이겼다.
일본 계주팀은 예선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일본은 18일 400m 계주 예선에서 37초68을 기록해 조 1위를 차지했다. 당시 2위는 우사인 볼트가 없이 뛴 자메이카(37초94)였다.
이날 일본은 지난해 베이징세계선수권에서 중국이 세운 37초92의 아시아 기록을 0.24초 단축한 아시아신기록을 세웠다.
결승전에서는 더 놀라운 기록이 나왔다. 일본은 37초60으로 다시 한 번 아시아신기록을 작성했다.
장기적으로 준비하고, 단기 효과를 노린 전략으로 거둔 값진 성과였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육상 단거리 육성 계획’을 세우며 유망주들을 미국으로 유학보냈다.
그 효과가 2000년대에 나타나면서 일본에는 100m를 10초1대에 뛰는 선수가 5명 이상으로 늘었다.
일본은 남자 400m 계주를 ‘전략 종목’으로 택했다.
일찌감치 계주 주자 4명을 골랐고, 장점을 파악해 순서를 정했다.
그리고 다음 주자가 충분히 속도를 높인 뒤, 바통을 받는 ‘바통존 훈련’에 힘을 썼다.
20일 결승전에서 그 효과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출발 반응 속도를 보이는 1번주자 야마가타가 0.144로 3위로 출발했다.
순간 스피드가 가장 뛰어난 이즈카가 2번 주자로 나서 3위를 지켰다. 곡선 주로에 강한 3번 주자 기류는 2위로 올라섰다.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스카는 주눅이 들지 않고, 세계적인 선수가 즐비한 앵커(4번 주자) 자리에서 힘을 냈다.
3차례의 바통 터치는 완벽에 가까웠다.
일본은 아시아 육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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