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이인종이 못다 부른 희망 노래

서른살 이인종이 못다 부른 희망 노래

입력 2012-08-11 00:00
수정 2012-08-1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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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에 올림픽 태권도 대표가 된 이인종(삼성에스원)이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면서 가진 목표는 ‘감동을 주는 금메달’이었다.

그는 “나이도 많고 실패도 많이 한 나의 도전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성적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다가 너무 일찍 은퇴하는 후배들이 많다. 힘들어하는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런던 땅을 밟았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인종은 11일(현지시간) 여자 67㎏초과급 8강에서 패한 뒤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 결정전에 나섰다. 하지만 아나스타샤 바리시니코바(러시아)에게 연장 접전 끝에 6-7로 져 결국 빈손으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메달을 못 따 아쉽다”고 말하는 그의 눈은 빨개졌다. 그는 “경기가 끝나 시원하다”면서도 “하지만 시원한 물 한잔이 아니라 미지근한 물 한잔을 마신 듯한 기분”이라며 어지러운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인종은 곧 특유의 웃음을 되찾았다. 그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이 태권도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면서 “오늘 하루가 이렇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과정이 안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내일은 또 즐거운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추슬렀다.

이인종은 서울체고-한국체대-삼성에스원으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하지만 이인종에게는 그동안 ‘만년 2인자’라는 듣기 싫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나 은메달(2007·2009년)을 따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에 그치는 등 항상 정상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올림픽과의 인연도 쉽게 와 닿지 않았다.

이인종은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도전했지만 번번이 국내 선발전에서 주저앉았다.

하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3전4기 끝에 올림픽이 정식 종목이 된 지 12년 만인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한풀이’에 성공했다.

올해 올림픽 대표 최종선발전에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지난해 7월 런던올림픽 세계선발전에서 한국에 출전권을 안긴 안새봄이나 지난해 12월 런던올림픽 태권도 시험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박혜미 등 소속팀 후배들의 우위를 점쳤지만 이인종은 극적으로 런던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인종은 “내가 지는 바람에 런던에 오지 못한 동료에게 미안하다. 좋은 모습으로 메달을 따 그들에게 희망을 줬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준비도 열심히 했고, 나의 최고 기량을 발휘했다”며 겸손하게 패배를 받아들였다.

이인종은 올해 12월까지만 선수로 뛸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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