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 브라운 3연패·프레이저 프라이스 2관왕 동시에 막아
미국의 여자 스프린터 앨리슨 펠릭스(27)는 겸손한 자세와 뛰어난 실력을 갖춰 미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 육상팬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선수다.싱그러운 미소까지 갖춘 그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이 바로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 200m에서 3연패를 하면서도 올림픽에서만큼은 힘을 내지 못했던 그가 런던올림픽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어 미국 단거리의 체면을 살린 구세주로 떠올랐다.
펠릭스는 8일(현지시간)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끝난 여자 200m 결승에서 21초88의 기록을 내고 세 번째 도전 만에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빙의 레이스가 되리라던 예상을 깨고 펠릭스는 후반 100m를 줄곧 앞서 나간 끝에 수월하게 정상을 밟았다.
펠릭스는 강력한 라이벌이자 ‘천적’인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의 올림픽 3회 연속 우승을 가로막았다.
또 100m 우승에 이어 200m까지 넘보던 셸리 앤 프레이저 프라이스를 2위로 밀어내는 등 자메이카가 자랑하는 두 선수를 모두 저지하며 금메달을 따내 기쁨이 배가 됐다.
펠릭스는 또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그웬 토렌스가 우승한 이래 이 종목 금메달을 20년 만에 미국에 안겨주는 기특한 일도 해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남녀 단거리(100m, 200m, 400m 계주) 6개 종목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건지지 못하고 자메이카가 5개나 석권하는 장면을 바라봐야만 했던 미국은 펠릭스의 우승으로 모처럼 기운을 냈다.
유독 긴 다리 덕분에 ‘닭다리’로 불리는 펠릭스는 고교 시절 농구를 하다 아버지와 오빠의 권유로 육상에 입문했다.
그의 오빠 웨스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200m에서 동메달, 400m 계주에서는 금메달을 땄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육상을 시작한 펠릭스는 2003년 프로로 전향했고 이후 각종 대회에서 화려한 성적을 내며 이 종목 강자로 떠올랐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주관하는 메이저대회인 다이아몬드리그에서 200m와 400m 금메달을 12개나 가져갔다.
계주에서도 기량을 발휘해 작년 대구 세계대회에서는 400m 계주와 1,600m 계주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기량이 정점에 올라온 펠릭스는 드디어 올림픽에서 두 번이나 짓눌렀던 징크스를 깨고 확실한 실력으로 금메달을 획득하고 만세를 불렀다.
펠릭스는 “금메달을 따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며 “가족과 남자 친구가 보는 앞에서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하늘에 감사를 드린다”고 감격했다.
그는 “두 번이나 캠벨 브라운에게 무릎을 꿇었으나 결코 난 포기하지 않았고 오늘에서야 마침내 이겼다”며 “시상대에 올라서면 가슴이 벅찰 것 같다”고 기쁨을 만끽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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