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200m 베트남 고원에서 열리는 골프대회, 비거리와 상관관계는

해발 1200m 베트남 고원에서 열리는 골프대회, 비거리와 상관관계는

최병규 기자
입력 2016-03-24 11:04
수정 2016-03-2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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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의 베트남 고원에서 펼쳐지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더 달랏 at 1200 레이디스 챔피언십’의 승부는 비거리 조절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프로암 대회가 열린 23일 베트남 달랏의 ‘달랏 at 1200’ 골프클럽(파72). 사상 처음으로 전액 해외 기업의 후원을 받는 첫 대회를 열게 된 KLPGA의 박희정 이사는 “대회 코스가 높은 곳에 조성된 까닭에 낮은 곳의 골프장보다 상대적으로 비거리가 더 는다”면서 “어제 연습라운드를 돌아보니 내 현역 시절의 비거리를 되찾은 듯한 느낌이 들더라. 약 15야드는 더 날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도가 높아지면 비거리가 더 길어진다는 것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해발 1610m의 고지대에 지어진 미국프로야구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필드가 ‘투수들의 무덤’이란 악명을 가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골프에서는 해발이 100m 높아질 때마다 비거리는 1야드씩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의 투자 컨설팅 기업 센추리온이 호치민(엣 사이공)에서 동북쪽으로 305㎞ 떨어진 휴양도시 달랏에 조성한 이 골프장의 이번 대회 전장은 6665야드로 다른 대회 코스보다 다소 길게 세팅돼 있다. 해발에 따른 비거리 증가를 염두에 두고 이를 상쇄하기 위함이다.

비거리가 는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타구가 더 멀리 날아가는 만큼 컨트롤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회 코스는 페어웨이가 좁고 굽어진 ‘도그레그’ 홀이 많아 마음놓고 날린 타구가 자칫 아웃 오브 바운스(OB) 혹은 해저드 구역으로 날아갈 위험도 있다. 대회를 운영하는 이준혁 쿼드스포츠 대표는 “고도가 높은 골프장이라고 안심하고 샷을 날렸다가는 생각지도 못할 불상사를 겪을 수도 있다. 더욱이 그린 스피드까지 대폭 높여놓은 터라 여느 대회보다 신중하게 코스 매니지먼트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던 골프장은 페루 모로코차의 툭투 골프클럽이었다. 해발 4369m 위에 지어져 1993년 세계 최고(最高)의 기록을 인정받았지만 이후 잔디 대신 관리가 어려울 정도로 잡초가 웃자라는 바람에 버려진 골프장이 됐고 한 광산회사가 그 땅을 사들였다. 높은 해발 탓에 라운드 도중 코피를 쏟는 골퍼들이 수두룩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였다.

현존하는 최고의 골프장은 볼리비아의 라파즈 골프클럽으로 해발 3292m다. 중국 윈난성의 제이드 드래곤 스노우 마운틴 골프코스(3028m), 미국 콜로라도의 코퍼 크리크 골프클럽(2950m)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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