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당해 당뇨 발병률 높아지고
감정·언어적 폭력도 큰 상처 남겨
“미래를 위해 어린이 잘 키웁시다”
소파 방정환 선생 선언 되새길 때
어린 시절 받은 학대와 폭력은 성인이 된 뒤 각종 트라우마로 나타나 정신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당뇨, 고혈압 같은 대사질환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럽위원회 제공
유럽위원회 제공
미국 노스웨스턴대, 시카고 앤·로버트 루리 아동병원, 에머리대 공중보건대,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공동 연구팀은 어린 시절 정신적·신체적 학대를 경험한 사람들이 성인이 된 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대사질환 발병 위험이 높고 뇌졸중을 비롯한 각종 심혈관질환에도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1일 밝혔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 심장학회지’ 4월 27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청년 관상동맥질환 위험 연구’(카디아)라는 장기 연구를 활용했습니다. 카디아 연구는 1985~1986년부터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앨라배마 버밍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4개 도시에서 10대 후반~20대 남녀를 대상으로 2015~2016년까지 심혈관계 질환을 포함한 각종 질병 발생에 관해 조사한 연구입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정기적으로 심혈관 건강을 점검받고 아동 시절과 현재 생활 환경에 대한 다양한 설문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번 연구팀은 그중 5115명을 무작위로 뽑아 어린 시절 정신적·신체적 학대 여부, 양육 형태, 가정 구성과 환경이 30년 뒤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 아동 시절 학대를 경험했던 남성의 경우 학대받지 않았던 사람에 비해 2형 당뇨(성인 당뇨) 발생 가능성이 81%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학대를 경험했거나 가족 간 불화가 심해 제대로 양육받지 못한 사람들의 고지혈증, 고혈압 발생 가능성은 3.5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어린 시절 돌봄을 잘 받은 사람들은 일반인보다도 고지혈증 발생 위험이 34%나 낮았습니다.
2015년 캐나다 맥길대 심리학과 연구팀도 5~13세 저소득층 남녀 어린이 2292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 물리적 폭력, 방임, 방치만큼 감정적·언어적 폭력이 아동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JAMA 정신과학’에 발표했습니다. 감정적·언어적 폭력에 노출되면 물리적 폭력이 가해졌을 때와 똑같은 뇌 부위가 자극되며 뇌에 미치는 영향도 물리적 폭력보다 비슷하거나 더 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어려서 받은 감정적 상처는 성장하면서 다양한 트라우마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의대,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연구팀은 학대를 당한 아동들은 트라우마가 DNA에 각인된 뒤 유전돼 후손들이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중개 정신의학’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많은 사회는 결코 미래가 밝지 않습니다. 소파 방정환이 1923년 1회 어린이날에 ‘어린이날의 약속’이라는 선언을 통해 “희망을 위하여, 내일을 위하여 다 같이 어린이를 잘 키웁시다”라고 말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2022-05-0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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