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사이언스]하품 억지로 참으면 머리 나빠진다?

[달콤한 사이언스]하품 억지로 참으면 머리 나빠진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2-05-27 11:45
수정 2022-05-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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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UNY폴리테크닉대, 하품은 뇌 온도 상승으로 발생 확인
하품은 뇌 온도 낮추고 각성 촉진...억지로 참으면 안 좋아
하품 전염성 개별차 큰 이유...공감능력 차이 때문일수도

하품 억지로 참으면 머리 나빠져요
하품 억지로 참으면 머리 나빠져요
사이언스 제공
지루한 이야기를 듣거나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회의에 참여하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하품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다가 옆 사람이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내가 하품을 하는 것을 본 옆 사람이나 주변 사람의 하품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하품을 따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품의 전염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람 뿐만 아니라 침팬지나 사자 같은 다른 동물들도 똑같은 행동을 보인다. 왜 그럴까.

미국 뉴욕주립대(SUNY) 폴리테크닉대 심리학·진화행동과학 프로그램, 노바 사우스이스턴대 생명과학과 연구팀은 하품은 4억 년 전 유악어류(jawed fish)의 진화와 함께 발생했으며 모든 척추동물이 체내 과정을 조절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하품을 하고 따라하게 진화했을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동물 행동’ 5월호와 과학저널 ‘사이언스’ 5월 24일자 분석기사로 실렸다.

지금까지 하품은 혈중 산소농도를 높이기 위한 행위라고 알려져 왔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호흡과 하품은 다른 신체 메커니즘에 의해 제어되기 때문에 오랜 통념은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 하품은 단순히 입을 벌리고 크게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는 것처럼 보이지만 복잡한 반사작용으로 다양한 맥락과 신경생리학적 변화에서 촉발된다.

최근에는 하품이 뇌 온도 상승 때문에 발생하며 하품을 함으로써 뇌 온도를 낮추고 각성을 촉진한다는 연구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이 같은 주장을 검토하기 위해 생쥐 실험과 100종 이상 포유류와 조류를 대상으로 관찰을 실시했다.

그 결과, 주변 온도와 생쥐의 뇌 온도, 체온을 변화시키면 하품 횟수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뇌 온도가 올라가면 하품이 발생하고 하품을 하게 되면 뇌 온도가 감소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하품이 나올 때 하품을 억지로 참으면 뇌 온도가 떨어지지 않아 멍한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품 따라하는 이유, 알고보니...
하품 따라하는 이유, 알고보니... 모든 척추동물은 하품을 하지만 다른 개체의 하품을 따라하는 사회적 관계를 갖고 있는 종들에서 주로 나타난다.

픽사베이 제공
연구팀은 동물의 하품 시간은 뇌의 크기·복잡성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또 척추동물 대부분은 하품을 하지만 하품의 전염성은 사람을 포함해 사회적 관계를 갖고 있는 종들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렇지만 하품의 전염성은 개체별 편차가 큰데 이는 공감의 개인차가 반영된 것이라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누군가 하품을 하는 것을 보고 반사적으로 같은 반응이 촉발되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화생물학자인 앤드류 갤럽 SUNY 폴리테크닉대 교수는 “하품은 보기와 다르게 복잡한 생리작용”이라며 “하품의 전염성이 공감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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