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상자 열기 훈련받은 꿀벌
다른 꿀벌에게도 새 행동 전해
침팬지도 문화 형성·전달 술술
“인간만 가능하다던 복잡 행동
꿀벌 등 사회적으로 학습 증거”
퍼즐을 풀도록 훈련된 시범 꿀벌과 일반 꿀벌을 짝지어 퍼즐 상자에 넣고 관찰한 결과 일반 꿀벌도 시범 꿀벌을 보고 퍼즐의 해법을 금세 배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꿀벌도 사람처럼 문화와 지식 전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영국 런던퀸메리대 제공
영국 런던퀸메리대 제공
영국 퀸메리대 생명과학·행동과학부, 셰필드대 생명과학부, 신경과학연구소,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공동 연구팀은 꿀벌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가 배운 새로운 행동을 다른 꿀벌에게 전파한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3월 7일자에 발표했다.
꿀벌은 사회적 학습을 통해 끈 당기기, 공 굴리기 같은 평소 하지 않는 행동을 습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곤충이다. 연구팀은 꿀벌이 군집 내 다른 꿀벌로부터 복잡한 행동을 배울 수 있는지 조사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실험 상자는 꿀벌이 장애물을 피한 뒤 뚜껑을 밀어 열어야 달콤한 꿀물을 얻을 수 있는 2단계 퍼즐로 구성됐다.
훈련받지 않은 꿀벌들은 여러 번 시도했지만 상자를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꿀벌 몇 마리를 골라 훈련해 과제를 완수하도록 했다. 훈련 성공까지는 약 이틀이 걸렸으며 1단계인 장애물 회피 과정 통과를 위해서도 보상이 필요했다. 이후 훈련받지 않은 꿀벌과 훈련받은 꿀벌을 한 곳에 넣고 관찰했다. 그 결과, 훈련받지 않은 꿀벌은 훈련받은 꿀벌에게 통과 기술을 배워 보상 없이 1단계를 통과하고 2단계까지 통과하는 것이 관찰됐다.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보노보는 사람과에 속한다. 침팬지는 인간과 약 600만년 전 갈라졌으며 DNA 유사성이 98.8%에 달한다. 최근 연구를 통해 침팬지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문화 형성 및 전파 능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 제공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 제공
침팬지 문화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으로 ‘잠재적 해결 영역’(ZLS) 가설이 있다. ZLS는 한 집단의 여러 개체가 독립적으로 비슷한 문화적 행동을 재창조하면서 하나의 문화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견과류 깨기 같은 문화적 행동을 개별적으로 개발해 발전시키는 것에서 관찰된다.
연구팀은 잠비아에 있는 침팬지 66마리를 두 집단으로 나눠 ZLS 가설을 검증했다. 침팬지에게 먹이 보상을 얻기 위한 3단계 퍼즐 상자를 풀도록 했다. 숲에서 나무 공을 가져와서, 상자 안의 서랍을 당겨 열어 놓고, 공을 넣어야 한다.
처음 3개월 동안 침팬지들은 상자를 여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발달하지 못했다. 그다음 연구팀은 각 그룹에서 침팬지 한 마리에게 3단계 퍼즐을 풀도록 훈련한 뒤 그룹으로 되돌려 보내 3개월 동안 다시 관찰했다. 그 결과 두 그룹 모두에서 14마리의 침팬지가 상자 여는 능력을 습득한 것을 확인했다.
행동 생태학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이번 꿀벌 연구를 이끈 라르스 치트카 퀸메리대 교수는 “지금까지 인간에게만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복잡한 수준의 행동을 꿀벌도 사회적 방법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치트카 교수는 “동물들도 인간처럼 사회적 학습은 물론 문화 전파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번 연구들은 시사점이 크다”고 덧붙였다.
2024-03-0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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