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지글지글, 이 반응이 지구온난화 막을 수 있다?

고기가 지글지글, 이 반응이 지구온난화 막을 수 있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3-08-03 03:41
수정 2023-08-03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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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獨·中 공동연구팀 “마이야르 반응, 기후·생명 탄생에 중요 역할”

가열 때 환원당과 아미노산 작용
갈색 중합체 멜라노이딘 만들어
해저 퇴적물서도 같은 화학 반응
연간 약 400만t의 탄소 저장 효과
“기후변화 대처방안 개발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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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약간 탄 듯한 느낌으로 표면이 갈색으로 구워졌을 때가 가장 맛있다. 이유는 마이야르 반응 때문이다. 펙셀즈 제공
고기는 약간 탄 듯한 느낌으로 표면이 갈색으로 구워졌을 때가 가장 맛있다. 이유는 마이야르 반응 때문이다.
펙셀즈 제공
요리는 과일과 채소, 생선, 육류, 유제품 등 식재료를 먹기 좋게 변형시키는 화학적, 물리적 과정이다. 식재료에는 다량의 수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요리할 때는 산도, 확산, 용해, 흡수, 투과 등 물과 관련된 화학 현상이 중요하다. 재료 속 수분 조절에 필수적인 물리 변수인 시간, 온도, 압력 조절도 필요하다. 요리사들이 주방에서 활용하는 화학반응이 실제 생명과 기후 현상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독일, 중국 공동 연구팀은 마이야르 반응이 생명 탄생과 지구 기후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리즈대, 런던 퀸스메리대, 에든버러대, 독일 포츠담 지구과학연구센터, 헬름홀츠 킬 해양연구소, 중국 과학원 생태환경과학센터 과학자들이 참여한 이번 연구의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8월 3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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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야르 반응은 열을 가했을 때 포도당, 과당, 맥아당 등 환원당과 아미노산이 반응해 갈색 중합체 ‘멜라노이딘’을 만드는 화학 과정이다. 고기나 빵을 굽거나 커피를 로스팅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이언스 제공
마이야르 반응은 열을 가했을 때 포도당, 과당, 맥아당 등 환원당과 아미노산이 반응해 갈색 중합체 ‘멜라노이딘’을 만드는 화학 과정이다. 고기나 빵을 굽거나 커피를 로스팅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이언스 제공
마이야르 반응은 1912년 프랑스 내과 의사이자 생화학자 루이 카밀 마이야르가 처음 발견했다. 열을 가하면 포도당, 과당, 맥아당 등 환원당과 아미노산이 반응해 갈색 중합체 ‘멜라노이딘’을 생성하는 화학 과정이다. 주로 고기를 구울 때 일어나는 현상으로 알려졌는데 달고나를 만들 때처럼 설탕으로 맛과 향을 낼 때 나타나기도 한다. 마이야르 반응으로 생기는 분자는 현재 1000가지 이상 발견됐다.

연구팀은 컴퓨터 가상 실험으로 바다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바다에 있는 유기 탄소는 대부분 미세 생물체에서 나온다. 미세 생물체가 죽으면 해저로 가라앉고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는데 그 과정에서 산소가 사용되고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아 결국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그런데 마이야르 반응은 작은 분자를 더 큰 분자로 변환시킨다. 큰 분자는 미생물이 분해하기 어렵고 수만 년 동안 퇴적물에 저장된 상태로 남는다. ‘유기 탄소 보존’이라는 이 현상은 바다에서 이산화탄소 방출을 제한해 대기 중 산소 농도를 높이고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지구에서 생명체 탄생이 가능했던 것도 이 현상 덕분이다. 1970년대 해양 퇴적물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그 과정이 생명체나 지구 대기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느리다는 반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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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는 바다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게 한다. 그런데 해저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날 경우 연간 약 400만t의 탄소를 저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플리머스대 해양연구소 제공
지구온난화는 바다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게 한다. 그런데 해저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날 경우 연간 약 400만t의 탄소를 저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플리머스대 해양연구소 제공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바닷물에 포함된 철과 망간 같은 원소들이 마이야르 반응 속도를 수십 배 증가시킨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해저 온도인 10도에서 철과 망간 등과 단순한 유기 화합물을 마이야르 반응시키면 나타나는 현상을 관찰했다. 또 마이야르 반응을 거친 실험실 표본과 전 세계 해저 곳곳에서 채취한 퇴적물 표본을 엑스선 현미경으로 비교했다. 그 결과 실험실 표본과 해저 채취 퇴적물 표본의 화학적 지문이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저에서 생기는 마이야르 반응은 연간 약 400만t의 탄소를 저장하는 효과를 갖는다.

연구를 이끈 캐럴린 피콕 영국 리즈대 교수(생물지구화학)는 “이번 연구는 마이야르 반응이 지구에서 생명체가 진화하기 위해 필요한 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양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 억제를 비롯해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데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3-08-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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