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12월호 ‘학생과학’에는 ‘남대문 상공에 원자폭탄이 떨어진다면’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원자폭탄의 공포는 전 인류에 트라우마로 남아 이후에도 계속 상상으로 재현돼 과학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국립중앙도서관/소명출판 제공
국립중앙도서관/소명출판 제공
최애순 계명대 교수는 최근 내놓은 ‘한국 과학소설사’(소명출판)라는 학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한국 SF의 엉뚱한 상상의 계보’는 지난해 발간한 ‘공상과학의 재발견’이라는 학술서의 쌍둥이이다. 최 교수는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흔히 장르문학으로 부르는 영역의 계보를 추적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하는 학자이다. 2011년에는 식민지 조선에서 탐정소설사를 추적한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라는 연구 학술서를 내놓기도 했다. 순수문학이 아닌 추리소설이나 SF 같은 장르문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최 교수는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의 경계, 대중 장르의 초창기 유입과 정착 과정, 한국적 장르나 코드의 발달을 살펴보면 그 시대의 사회문화사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1907년 쥘 베른의 ‘해저여행기담’ 번역으로 한국 과학소설의 역사는 시작됐으며 이후 한국 SF의 시효로 알려져 있으며 똥으로 식량을 만든다는 상상력을 발휘한 김동인의 1929년작 ‘K박사의 연구’를 탄생시켰고 1930년대 잡지 ‘과학조선’ 창간으로 이어졌다.
SF가 과학소설에 공상이 더해진 공상과학소설, 아동청소년이나 읽는 장르로 취급받아 한국 SF 발전이 더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낙원 같은 과학소설가가 SF 명맥을 이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명출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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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한국 SF 전성시대로 넘어오기 직전 1990~2010년대에는 SF에서도 하위 장르인 대체 역사소설이 빈자리를 메우고 당당한 하나의 장르로 성장했다. 이는 1987년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발표된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가 시발점이다. 복거일은 본격 문단과 대중문학 과학소설의 교집합을 대체역사에서 찾은 것이라고 최 교수는 분석했다.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2002)는 복거일의 대체역사 소설 ‘비명을 찾아서’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 의사에 의해 저격당하지 않고 살았다는 가상의 역사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대체역사 소설은 SF의 하위 장르이지만 한국에서는 1990~2010년대까지 유행을 했다.
다음영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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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근대한국학총서로 발간된 최애순 교수의 ‘한국 과학소설사’(소명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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