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위기에 서로 가까워지도록 진화...코로나 이후 온라인으로 사회적 접촉 대체
사회적 거리두기는 진화로 얻은 인식체계와 모순
유럽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인류가 진화하면서 획득한 인식체계와 모순돼 일부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을 통한 접촉이 대면접촉을 대신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제공
연구진 “대면접촉 대신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방법 고민해야 할 때”
2020년과 함께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만간 코로나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올 가을과 겨울에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으며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감기처럼 수시로 인류를 괴롭힐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세상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감염자의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이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려워하고 거부하는 사례가 나오는 이유에 대한 과학적 해석과 전망을 내놔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클레르몽페랑대, 영국 런던대 고등과학부 철학연구소, 인간 신경이미징센터,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신경과학센터, 철학부, 스위스 노미스(NOMIS) 재단 공동연구팀은 코로나 확산을 막고 극복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알고보면 진화에 역행하는 행위여서 쉽게 지켜지지가 않는 것라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5일자에 실렸다.
인류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오랜 시간 진화를 통해 위험에 직면했을 때 서로 가까워지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체득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의 가장 큰 위기라고 불리는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사람들간 밀접 접촉이 더 큰 위험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사람들에게서 혼란을 불러일으킨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1차적 방어수단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집단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이기주의나 위험인식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지만 진화를 통해 심각한 위험에 직면했을 때 본능적으로 뭉친다는 본능을 역행하는 경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프랑스 클레르몽페랑대 기욤 데제카쉐 박사(사회심리학)는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는 숫자와 규모로 안전을 도모하는 경향이 강한데 현재 상황에서는 그런 진화적 본능이 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인간의 자연적 반응에 반하는 것이지만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딜레마를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진화를 통해 얻은 인식이 실제 위기 대응에 맞지 않을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태도를 바꾸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이 같은 사회적 접촉과 거리두기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사회에서는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는 비사교적인 사람들이 주로 의존하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신체적 접촉을 피하면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으로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연구팀 관계자는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이 사회적 접촉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매우 이례적인 정치적, 사회적 요구이며 사람의 진화된 인식구조에 역행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데제카쉐 박사 역시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사태가 기존에 인류가 접했던 위기들과는 전혀 다른 특성 때문에 대응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인터넷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은 이제 언론의 자유 차원이 아닌 공중보건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사회 취약계층에서도 인터넷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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