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웅에서 범죄자로, 다시 공익활동가로?… NGO 설립 자격 논란 재점화

[단독] 영웅에서 범죄자로, 다시 공익활동가로?… NGO 설립 자격 논란 재점화

이성진 기자
이성진 기자
입력 2024-07-16 23:56
수정2024-07-16 23:56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상습상해 등 징역 4년 6개월 실형
출소 뒤 동물보호단체 기부금 모금

비영리단체 운영 ‘자격 제한’ 없어
“죗값 치러… 활동제한 과도” 반박도

이미지 확대
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은 인물이 비영리단체(NGO)를 설립하고 기부금을 모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죗값을 치른 만큼 과거 이력을 문제삼을 수 없다는 의견과 전과자가 허술한 관리 감독하에 모금 등 공익활동에 나서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엇갈린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비영리단체를 관리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과거 유기 동물 구조에 앞장섰지만 각종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실형을 산 A씨가 출소 뒤 지인과 함께 동물보호단체 설립 및 운영에 참여하고 기부금을 모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상습 상해·강간·강요·사기 등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4년 6개월간 복역했다. 이에 일부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A씨가 다시 공익활동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법상 비영리단체 운영은 별다른 자격 제한이 없어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제지할 근거는 없다. 기부 금품의 경우 1000만원 이상 모금 시엔 사전에 행정안전부나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집행이 끝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모금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모금액이 1000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A씨는 “죗값을 다 치렀다.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비영리 활동조차 막는 건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또 “세무서에 신고한 서류상 이번에 설립한 단체의 대표는 내가 아닌 지인”이라며 “지인 권유로 단체 활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성매매 근절을 목표로 설립된 한 비영리단체는 운영자가 과거 성매매 알선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폭로돼 지탄받았다. 마약을 끊도록 돕겠다던 한 단체 대표도 지속적으로 마약을 한 사실이 들통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영국은 비영리단체를 감독하는 정부 기관인 ‘자선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있다. 미국은 국세청이 직접 비영리단체 설립 신고를 받은 뒤 기부금 모집·집행 등을 관리한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우리도 해외 사례 등을 감안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2024-07-17 12면
많이 본 뉴스
영화관 티켓값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영화관 티켓 가격과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배우 최민식씨가 한 방송에서 “가격 좀 내려라. 갑자기 그렇게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고 발언하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반면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영화관 사업은 땅 파서 하나”라고 반박했습니다. 주말 1만 5000원 가량인 영화관 티켓값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비싸다
적당하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