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글로벌프랜드의 최규택(가운데) 대표가 23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 마을을 찾아 조보야 대표에게 쌀 등 온정을 전달하고 있다.
글로벌프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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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전쟁의 포화를 피해 한국을 찾은 우크라이나 고려인 후손은 대략 80여명. 이 중 50여명이 광주 고려인마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전쟁 후유증’ 치료가 어려워 도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뉴시스가 24일 전했다. 지난 20일 이들이 마을의 진료소를 찾아 진료를 받았는데 고혈압 등 지병에 대한 응급처방부터 청각장애까지 전쟁 후유증에 대한 기본적 진단이 이뤄졌지만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중증의 환자도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건강보험의 자격 요건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건강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직장가입자’가 되거나 지방자치단체에 외국인 등록을 한 뒤 6개월 이상 체류해 ‘지역가입자’ 자격을 얻어야 한다. 거의 맨손으로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이들은 곧바로 취업하거나 6개월을 무작정 버텨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입국한 한 고려인은 외국인 등록을 위한 건강검진 과정에 ‘폐암이 의심된다’는진찰 소견을 받아 대학병원으로 전원됐다. 암으로 확진되면 막대한 치료비가 들 것으로 보여 마을 전체가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간단치 않은 실정이다.
지난 10일 고려인마을 교회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피해 입국한 고려인 가족들이 예배를 보고 있다.
광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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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당국도 고민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난감해 하고 있다. 광주시는 그동안 이들의 입국을 위해 항공비를 마련하는 등 인도적 지원에 나서 왔지만 건강보험 개정과 같은 사안은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도 따져야 해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8월 이후 추가경정 예산 편성을 통해 인도적 지원 확대를 위한 예산을 별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광주 고려인진료소를 통한 진료가 가장 확실한 대책으로 보인다. 다만 건강보험과 관련해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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