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자 소속 병원·학번 신상 털어
이번 주 행정처분 늦춰질 가능성
고려대 의대 교수 “12일부터 휴진”
의대생들 “의협 주도 협의체 불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12일부터 무기한 자율 휴진을 하겠다고 예고한 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7.1
연합뉴스
연합뉴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의대생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지난달 28일과 30일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전임의(펠로) 현황 리스트가 올라왔다. 글머리에는 ‘전공의와 전임의 병원 복귀를 격려하기 위함’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댓글로 출근자 현황을 제보받았다.
근무하는 전공의의 진료과와 연차 등 정보가 공유됐고 전임의는 소속 병원과 진료과 외에도 출신 병원, 학번 등 인물을 특정할 수 있는 신상 정보가 게시됐다. 복귀 전공의 신상 털기가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메디스태프에는 지난 3월에도 전공의 블랙리스트가 올라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런 가운데 수련병원들은 정부로부터 전공의 복귀를 설득하고 미복귀자는 사직 처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은 지난달 26일 기준 7.7%(1065명)에 불과하다.
지난달 4일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한 뒤로 52명 ‘찔끔’ 늘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설득하고 있지만 전공의 단체가 소통 창구를 다 막아 접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른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TO를 줄인다고 병원을 압박하더라도 결국 전공의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복귀도, 사직도 하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유화책도, 강경책도 택하기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졌다. 사직 전공의에 대한 ‘1년 이내 같은 진료 과목·연차 복귀 제한’ 규정을 손봐 9월부터 ‘같은 전공·연차’로 일할 기회를 주더라도 복귀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을 내렸다가는 휴진 불씨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애초 정부는 이번 주 미복귀 전공의 처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늦춰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고려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부터 무기한 자율 휴진(응급·중증 환자 진료 제외) 계획을 발표하며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억압을 철회하고 전공의 요구안을 적극 수용해 대화하라”고 요구했다.
의정 대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이날 “다른 협회나 단체의 결정·요구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범의료계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024-07-02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