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협력·정부 지원 사격…‘백신 개발 이끄는 ‘투톱 엔진’[포스트 코로나 시대 백신주권]

글로벌 협력·정부 지원 사격…‘백신 개발 이끄는 ‘투톱 엔진’[포스트 코로나 시대 백신주권]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23-11-24 00:14
수정 2023-11-2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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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또 다른 팬데믹 대비 총력전

‘스카이코비원’ 韓·美·英 합작품
정부 ‘백신 사전 구매 계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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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협력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이제는 백신 개발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은 23일 혁신적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동력으로 국제 협력과 정부 지원을 꼽았다. 과거에는 내수 시장만 보고 백신을 개발했지만 이젠 팬데믹(대유행) 대비와 국제 공중보건 등 개발 대상이 넓어진 데다 신기술을 적용해야 하는 백신이 늘어 지원과 협력이 필수 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다. 항원 합성 백신 스카이코비원은 미국 워싱턴대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PD)의 항원 기술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면역 증강제를 적용해 개발했다. 개발비는 국제민간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 등에서 지원받았고 국제백신연구소가 글로벌 임상을 도왔다. 또 영국의약품규제당국(MHRA)으로부터 허가 승인을 받아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에 등재되는 단초를 마련했다.

아울러 정부는 국책연구기관, 민간연구소와 함께 임상시험 진입 전 필수 절차인 백신 후보 물질 효능 평가와 전임상시험(동물 시험·독성 평가 등)을 지원했고 임상 3상에 신속히 진입할 수 있도록 대조 백신 확보를 지원했다. 백신 개발 기업과 정부, 국제기구와 민간 전문가가 합심해 국산 1호 백신을 만들어 낸 것이다. 송 사무차장은 “예를 들어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로 라싸열에 대응할 백신을 만들려면 라싸열이 풍토병으로 자리잡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임상을 해야 한다”며 “바이러스 확보부터 임상시험까지 국제 협력이 없으면 개발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매년 백신·원부자재 기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백신 개발부터 생산·판매 전 단계의 애로 사항을 참조해 지원 노력을 하고 있다. 백신 개발 기업 셀리드도 정부 지원으로 코로나19 백신 ‘AdCLD-CoV19-1 OMI’ 임상 3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이자의 ‘코미나티 2주’를 대조약으로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평가할 계획인데, 질병관리청 도움으로 임상 3상 시험용 대조 백신을 무사히 확보했다.

셀리드의 강창율 대표는 “mRNA 플랫폼은 우수하지만 가격이 비싸 개발도상국에서는 쓰기 어렵다”며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플랫폼 기반 백신은 가격이 싸고 생산공정이 단순하며 mRNA처럼 신종 감염병에 바로 대응할 수 있어 잘 만들어 놓으면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감염병이 와도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 대표는 “지금 백신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소규모 기업이 250억원 남짓 소요되는 임상 3상 비용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K바이오·백신 펀드를 백신 개발 기업들에 신속히 지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8일 정부·국책은행 출자금 600억원과 민간 출자금 900억원 등 총 1500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1호 펀드 우선 결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미국은 백신 기업의 위험 부담을 줄여 주고자 사전 구매 계약을 맺었다. 한국도 임상 3상에 진입한 기업이 생산할 백신 물량의 일부를 정부가 사주는 계약을 해 위험 부담을 어느 정도 안고 가줬으면 한다”며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애쓰는 기업들을 위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3-11-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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