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로 수술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한 민간병원인 남양주 국민병원에서 만난 최상욱 원장의 말이다.
국민병원은 경기도의 민간 의료기관 수술실 CCTV 공모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설치비의 60%인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2020년 11월부터 3년 가까이 모든 수술실에 CCTV를 설치·운영했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개정 의료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국민병원 3층에 위치한 수술실을 방문했다. 평소에는 담당자만 출입할 수 있는 CCTV 관리실에는 분할화면이 송출되는 모니터를 통해 세 곳의 수술실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한창 수술이 진행 중인 1번 수술실 화면을 제외한 빈 수술실의 촬영 화면을 볼 수 있었다.
CCTV는 출입문 앞 수술실 구석 천장에 설치돼 환자가 눕는 침상을 중심으로 의료장비 등을 비췄다. 수술 전 환자가 동의서를 작성하고 촬영을 요청하면 관리자는 화면이 제대로 촬영되는지 확인 후 수술 시작과 함께 녹화를 시작, 끝나면 종료시킨다.
수술에 직접 들어가는 의료진에게 ‘3년 운영’의 소감을 물었다. 수간호사 이모 씨는 “오히려 설치 전에 부담감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했다.
“꼭 우리가 최초로 먼저 해야 하나 하는 마음도 있었고, ‘감시’라는 느낌도 들었던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막상 수술이 시작되고 나면 수술에 집중하느라 촬영하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또 다른 수술실 간호사 안모 씨도 “거부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고 처음에는 하는 행동 하나하나마다 옳은 것으로 보일지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CCTV를 설치해서 안심이 되는 부분이 더 크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환자가 수술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을 경우에는 오히려 제가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술실 CCTV 촬영에 동의하는 환자 비율은 압도적이다.
이 간호사는 “CCTV가 낯설었던 초반에도 촬영을 요청·동의하시는 분들이 90% 정도 됐고, 지금은 거의 100%라 보시면 된다”고 했다.
지난 14일 손가락 절단으로 국민병원에서 수술받은 사희진(25) 씨는 “이곳에서 총 열한 번 수술을 받았는데, 열한 번 모두 CCTV 촬영 동의서를 썼다”고 밝혔다.
“수술 전 동의서를 작성할 때 설명을 들었고, 수술실에 들어가서 CCTV 설치 위치와 찍히는 부분 등을 확인할 수 있었죠. 다른 병원에서는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안심하는 마음도 생겼고 더 신뢰가 가더라고요”
또 다른 환자 임모 씨도 “뉴스에서 수술실 불법행위에 대한 보도를 봐서 평소에 CCTV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술 때문에 온 것은 아니지만 수술을 하게 된다면 CCTV가 있는 병원을 고를 것 같다”고 했다.
CCTV 설치와 관리에 대해 물어봤다.
병원 관계자는 “처음 설치할 때는 어렵고 익숙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설치 후 관리는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수술실이 늘어날 경우에는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이 따를 수 있다고 한다. 수술실이 세 곳인 이 병원의 월 유지보수 비용은 50∼70만원이다.
관리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영상 조회 건이 생기면 업무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병원 관계자는 “실제로 영상을 제출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추출하게 된다면 워터마크 삽입·가림 처리 등을 해야 하는 데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했다.
현재 CCTV로는 녹음이 불가하지만, 환자 측에서 녹음을 요구할 경우에는 추가 장비 설치가 필요하다.
유출 우려가 나오는 보안관리에 대해서는 “병원 내부 CCTV와 따로 관리되며, 외부 인터넷망과 연결하지 않고 수술실 내부에서만 오프라인으로 촬영·저장·삭제한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수술실 출입 절차를 엄격히 하고, 담당자가 접속 비밀번호를 관리하기 때문에 유출 위험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상욱 원장은 설치 배경에 대해 “의료진과 환자 모두 100% 서로 만족하는 수술 결과가 나오기 힘든데, CCTV를 설치해 환자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얼굴을 가리거나 마취를 하게 되면 의료진을 못 보거나 목소리를 못 듣는데, (원장의) 직접 수술 여부를 의심하시던 분들도 수술이 녹화됐다고 하면 안심하시더라”고 효과를 설명했다.
의료진이 위험한 수술을 기피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CCTV 설치 목적은 바디캠(몸에 장착하는 카메라)처럼 수술 부위와 행한 기술을 자세히 보려는 게 아니라, 수술 시간에 누가 들어왔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려는 것”이라며 “수술 과정의 기술적인 잘잘못을 따지는 것과 다르다”고 했다.
개정 의료법 시행에 따라 25일부터 마취 등으로 의식이 없는 환자를 수술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환자나 보호자 요청 시 수술 장면을 촬영하며, 최소 30일간 영상을 보관해야 한다. 의무를 위반할 시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정부는 병·의원급 의료기관에 수술실 개수에 따른 일정 한도 내 설치 비용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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