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5곳 하반기 임상 3상 앞두고
배병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사장
“비용 덜 드는 비교임상도 인당 2000만원”
복지부, 기재부와 증액 논의하고 있지만
‘찔끔’ 그칠 땐 백신 주권 달성 힘들 수도
국내 제약사들이 올 하반기 비교임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시험을 하더라도 백신별 1000억여원의 임상 비용이 들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올해 책정된 코로나19 백신 임상지원사업 예산은 687억원으로, 제약사 한 곳을 지원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국내 기업은 5곳으로 빠르면 7월, 적어도 올해 하반기 중 임상 3상 진입이 예상된다. 정부도 예산 증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찔끔 증액’에 그친다면 ‘백신 주권’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배병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사장은 2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전통적 위약임상 방식이 아닌 비교임상을 해도 임상 참여자 1명당 2000만원가량이 소요될 것”이라며 “4000~6000명을 대상으로 비교임상을 해야 하니, 적어도 4000명이 참여한다면 부대 비용을 합산해 개발 백신별 1000억원 가까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교임상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 효과성을 이미 접종 중인 다른 백신과 비교해 입증하는 방식이다. 일부 참여자에게는 국내 개발 백신을 투여하고, 다른 참여자에게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 등을 투여한 뒤 국내 백신 개발 투여군에 기존 백신 투여군 정도의 면역이 생기면 예방효과를 인정하는 식이다.
정부는 위약임상 대신 비교임상을 하기로 가닥을 잡고 내달 발표를 목표로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절반은 진짜 백신, 나머지 절반은 소위 가짜 백신을 투여해 바이러스 감염자 수를 상호 비교하는 위약임상 방식은 돈이 많이 들고 임상 대상자를 구하기도 어려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위약임상보다 비용을 줄일 순 있어도 비교임상 역시 적지 않은 돈이 든다는 것이다. 배 이사장은 “임상을 할 때는 먼저 참여자를 검진하고 혈액을 채취해 살핀 다음 문제가 없으면 투약하고 계속 관찰해야 한다”며 “참여자에게 지급하는 비용 외에도 임상시험 기간 투입하는 임상 의사와 간호사 인력비, 무과실 손실보상 보험 가입비 등 부대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정부 또한 비교임상 비용을 추산해 증액해야 하는 예산 규모를 분석하고 있다. 다만 비교임상 추산 비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교임상 참여자를 얼마나 모집할지에 따라 임상 비용이 달라지고, 모집 규모는 식약처가 결정할 일이어서 내부 추산 자료를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일단 백신별 1000억원은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기획재정부와 예산 증액에 대해 논의 중이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지 다른 예산을 전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1 세계 임상시험의 날 기념행사’에서 “국산 백신 개발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사명”이라며 “국산 백신 개발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배병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사장
“비용 덜 드는 비교임상도 인당 2000만원”
복지부, 기재부와 증액 논의하고 있지만
‘찔끔’ 그칠 땐 백신 주권 달성 힘들 수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연합뉴스
연합뉴스
배병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사장은 2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전통적 위약임상 방식이 아닌 비교임상을 해도 임상 참여자 1명당 2000만원가량이 소요될 것”이라며 “4000~6000명을 대상으로 비교임상을 해야 하니, 적어도 4000명이 참여한다면 부대 비용을 합산해 개발 백신별 1000억원 가까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교임상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 효과성을 이미 접종 중인 다른 백신과 비교해 입증하는 방식이다. 일부 참여자에게는 국내 개발 백신을 투여하고, 다른 참여자에게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 등을 투여한 뒤 국내 백신 개발 투여군에 기존 백신 투여군 정도의 면역이 생기면 예방효과를 인정하는 식이다.
정부는 위약임상 대신 비교임상을 하기로 가닥을 잡고 내달 발표를 목표로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절반은 진짜 백신, 나머지 절반은 소위 가짜 백신을 투여해 바이러스 감염자 수를 상호 비교하는 위약임상 방식은 돈이 많이 들고 임상 대상자를 구하기도 어려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위약임상보다 비용을 줄일 순 있어도 비교임상 역시 적지 않은 돈이 든다는 것이다. 배 이사장은 “임상을 할 때는 먼저 참여자를 검진하고 혈액을 채취해 살핀 다음 문제가 없으면 투약하고 계속 관찰해야 한다”며 “참여자에게 지급하는 비용 외에도 임상시험 기간 투입하는 임상 의사와 간호사 인력비, 무과실 손실보상 보험 가입비 등 부대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정부 또한 비교임상 비용을 추산해 증액해야 하는 예산 규모를 분석하고 있다. 다만 비교임상 추산 비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교임상 참여자를 얼마나 모집할지에 따라 임상 비용이 달라지고, 모집 규모는 식약처가 결정할 일이어서 내부 추산 자료를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일단 백신별 1000억원은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기획재정부와 예산 증액에 대해 논의 중이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지 다른 예산을 전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1 세계 임상시험의 날 기념행사’에서 “국산 백신 개발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사명”이라며 “국산 백신 개발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21-05-21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