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휴플러스 32명·울산 양지 24명 누적 사망
기저질환 여파… 비확진자 완벽 분리도 어려워
“‘다음은 또 누가 죽어나갈까. 매일 죽음의 공포에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코로나19 발병으로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중인 전국 요양병원에 죽음의 공포가 짙게 드리우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이들을 한곳에 몰아넣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친 노인 확진자들의 죽음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의 코호트 격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층이 대부분인 요양병원은 코로나19의 전문 치료 장비와 인력 등이 부족할 뿐 아니라 냉난방 공조기를 통해 감염 전파가 쉽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경기도에 따르면 부천시 상동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 성탄절 연휴기간 중 확진자 6명이 또 숨졌다. 4명은 병상 대기 중 지난 25일 이후 숨졌고, 2명은 다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이 요양병원 관련 누적 사망자는 32명, 확진자는 153명으로 늘었다. 지난 11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 병원에는 아직도 환자 39명과 직원 17명 등 56명이 격리돼 매일 공포와 싸우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코호트 격리된 울산 양지요양병원에서도 전체 환자의 77%, 의사 등 종사원 33%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도 24명으로 늘었다. 지난 14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 고양시 미소아침요양병원에서도 이날 1명이 또 숨져 누적 사망자는 4명, 확진자는 82명이 됐다. 이날 2명이 추가돼 누적 확진자가 50명으로 늘어난 광주 에버그린요양원 2·3층도 코호트 격리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코호트 격리가 확진자와 사망자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요양시설에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층이 많기 때문이다. 또 병원 내에서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완벽하게 분리하지 못하면서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일산동구보건소 관계자는 “방역당국이 병상 부족을 이유로 요양시설 집단 확진자에 병상 배정을 제때 못해 병원 안에서 무작정 대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연일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호트 격리 중 2차 감염 피해를 줄이려면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즉시 분리하고 중증환자를 받아줄 수 있는 공공병상을 시급히 늘려가야 한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20-12-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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