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쇼크’에 접종 미루거나 외국산 찾아
“만성질환 알리고 접종 전 수분 충분 섭취”
발길 끊긴 접종 창구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발생한 데 대한 우려로 접종 인원이 줄어든 21일 서울 한 병원의 예방접종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9건이나 연이어 발생하면서 전국에 ‘독감 접종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21일 전국의 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독감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는 모두 9명이다. 이례적으로 사망자가 이어지자 독감 백신 접종을 미루거나 외국산 백신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제주에서는 이날 A(68)씨가 백신 접종 후 하루 만에 사망한 것이 확인되면서 섬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고모(55·오라동)씨는 “이번 주말 전 가족이 독감 접종을 하려 했으나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며 “매일 사망자가 나오는데 아무리 간 큰 사람이라도 백신 접종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나온 대전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대전 서구 둔산동 Y내과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하루 100통이 넘던 독감 백신 문의전화가 30통 이하로 줄었다”면서 “백신 제조 회사를 묻거나 외국산 백신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고 말했다.
주민 B(77·여)씨가 독감 백신을 맞고 숨진 전북 고창 지역도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특히 노인 인구가 많아 독감 예방접종을 적극 권유했던 고창군과 보건소에는 접종 안전성을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안전한 예방접종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정 청장은 “‘아나필락시스’ 등 중증 이상반응 방지를 위해 건강 상태가 좋은 날 예방접종을 받고, 접종 대기 중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며 “예진 시 아픈 증상이 있거나 평소에 앓고 있는 만성질환은 의료인에게 알리고, 접종 후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15~30분간 이상반응 여부를 관찰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아나필락시스는 일종의 백신 단백질 과민 반응으로, 심한 달걀 알레르기가 있다면 의사와 상담 후 접종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질병청은 당부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2020-10-22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