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박스로 옮긴 독감백신

종이박스로 옮긴 독감백신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20-09-22 22:54
수정 2020-09-23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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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약품, 500만명분 수송 중 상온 노출
의료계 “아이스박스 안 써 폐기해야”
질병청 “냉장차 이용 땐 종이박스 허용”
안전성 문제 땐 무료 접종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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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맞자”… 독감백신 유료접종 늘어선 줄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맞자”… 독감백신 유료접종 늘어선 줄 코로나19 장기화 속 쌀쌀해진 날씨로 독감까지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우려되는 가운데 독감 백신 무료 예방접종이 일시 중단된 22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지부에서 일반 유료 예방접종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줄을 서 있다.
뉴스1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 전격적으로 일시 중단된 것은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적정 냉장 온도(2~8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건 당국은 백신 물량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일 뿐 백신 생산상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백신 배분 과정에서 아이스박스 등 수송용기가 아닌 종이박스로 배송됐다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질병청은 “수송용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조사는 구체적인 상온 노출 시간에 따라 백신이 접종 가능한 효능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중단 관련 브리핑에서 “조달 계약업체의 유통 과정에서 백신 냉장 온도 유지 등의 부적절 사례가 어제(21일) 오후에 신고됐다”고 말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정부와 조달 계약을 맺은 업체는 ‘신성약품’이다. 조달 계약에 따라 신성약품은 무료 접종 대상자 1900만명에게 공급할 백신 중 1259만명분을 각 의료기관에 공급하게 됐는데 전날까지 500만명분은 공급을 마쳤고 그중 일부 물량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질병청은 전했다. 정 청장은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냉장차가 (백신 물량을) 지역별로 재배분하는 과정에서 상온에 일부 노출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앞으로 2주 정도의 조사를 통해 상온 노출 백신 폐기 여부 및 접종 재개 일정 등을 정할 예정이다. 질병청은 “상온 노출 백신에 대한 품질 검증 후 문제가 없다면 즉시 물량 공급을 통해 사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의사 전용 회원제 온라인 사이트 메디게이트에 글을 올린 한 의사는 “백신 이동은 아이스박스, 이송은 냉동탑차가 규정인데 하나라도 빠지면 그 백신은 폐기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질병청은 “백신 수송은 수송용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냉장차량으로 직접 수송하면 수송용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반박했다. 질병청의 해명에도 종이박스가 차갑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 냉장 온도를 제대로 지켜졌는지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상온 노출 백신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이 날 경우 새달 하순까지로 예정된 독감 무료 접종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유료 접종은 현재도 진행 중이지만 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유행(트윈데믹) 차단에 주력해 온 정부의 방역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 결과 (백신의 효능이 떨어지는) 오염된 물량이 많을 경우 어떻게 대비할지 질병청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20-09-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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