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 확진 판정 일파만파
전 목사 서울의료원 이송… 아내도 감염수도권은 물론 상주·포항 등 환자 발생
교회 측 “전 목사는 격리 대상 아니었다”
당국 “15일 교회 직접 가서 통지서 전달”
공판 맡았던 담당 재판부도 자택 대기
확진 판정 받고도 마스크 내린 전 목사
17일 낮 12시 기준으로 교인 319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코로나19 2차 대유행’ 위기를 불러온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왼쪽) 목사가 사택 인근에서 구급차를 타고 웃음을 띤 채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전씨는 이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으로 이송되기 위해 구급차를 탄 뒤에도 마스크를 내리고 있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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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 목사는 이날 오전 서울 관악구 양지병원에서 수행 목사와 함께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방역당국은 확진이 확인되자 오후 7시쯤 전 목사를 서울의료원으로 이송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전 목사가 사랑제일교회 신도는 물론 다수의 광화문 집회 참가자와 접촉해 지역사회 전파 위험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전 목사와 함께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아내 A씨도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300명을 훌쩍 넘긴 사랑제일교회 확진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전 목사는 지난 2월 집회 등에서 특정 정당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56일 만인 지난 4월 20일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석방됐다. 위법한 집회나 시위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조건이 달렸다. 그러나 전 목사는 광화문 집회에 신도들의 참여를 독려한 데 이어 스스로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교회 측은 앞서 이날 전 목사는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니었고, 신도들의 진단 검사도 고의로 지연시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교회 측은 “서정협 서울시 직무대행자와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 본부장을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박종현 범정부대책지원본부 홍보관리팀장은 “13일부터 교회에 폐쇄 및 집합금지 명령에 이어 코로나19 검사 이행명령을 내렸다”면서 “15일엔 성북구 공무원이 교회를 직접 찾아가 자가격리 통지서를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 16일 전 목사를 코로나19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고발하고, 검찰도 전 목사에 대한 보석 취소를 법원에 청구했다. 경찰은 고발장을 접수한 뒤 수사를 이어 가고 있지만 전 목사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소환조사 등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의 재판을 맡고 있는 법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피고인 중 확진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목사의 보석 취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됐던 오는 24일 공직선거법 위반죄 사건 재판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1일에도 전 목사의 3차 공판기일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 허선아) 재판부와 공판검사, 변호인, 기자 등이 한 법정에 있었다. 전 목사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법원은 “향후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면서 “담당 재판부는 선제적 조치로 18일 자택 대기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20-08-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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