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매일 7000명 확진 ‘고위험국’
선원 교대 때 감염 알고도 통보 안 해‘특이사항 없음’ 신고 믿고 검역증 발부
방역 당국, 뒤늦게 러 승선검역 포함
병원으로 가는 러 선원들
23일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 A호(3401t)에서 방역복을 입은 검역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선원들의 병원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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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방역 당국은 러시아 선박과 관련된 접촉자 91명, 인근 선박 접촉자 84명 등 175명에 대해 24일까지 검사를 마치기로 했다. 러시아 선원 확진자들은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인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됐다. 검사 비용과 입원 치료비 등은 국제 관례와 인도적인 차원에서 정부가 부담한다.
현재 러시아는 선박 입항 시 전자검역 국가로 분류돼 있다. 전자검역은 검역관이 배에 타는 ‘승선 검역’과 달리 전산으로 보건 상태 신고서, 검역질문서 응답지, 항해 일지 등 서류를 받아 검토하는 것이다. A호 측은 선원 전부 건강상의 특이 사항이 없다고 신고했고 검역 당국은 이를 그대로 믿고 검역증을 내줬다. 이렇게 검역을 통과한 A호의 러시아 선원들은 감천항에서 지난 21일 오전부터 마스크조차 제대로 끼지 않은 채 부산항운노조원과 뒤섞여 작업했다.
현재 승선 검역 대상 국가는 고위험 오염 지역으로 분류된 중국, 이란, 이탈리아 3개국이다. 정부가 러시아를 진작에 승선 검역 대상으로 분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이유다. 러시아에서는 매일 7000~800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7600명이며, 누적 확진자는 59만 2280명이다. 유럽 전체의 50% 가까운 수준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를 승선 검역 대상에 포함하지 못한 것은 늦은 감이 있다”면서 “러시아도 승선 검역 대상에 포함해 관리하는 것으로 적극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선박이 입항 전부터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볼 수 있는 고열환자가 3명이 있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선박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원을 교대할 때 한 사람이 감염된 사실을 러시아 당국이 발견했지만 우리 측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 선박의 해운대리점으로부터 확진 판정 상황을 통보받은 것은 해당 선박이 입항한 하루 뒤인 지난 22일이었다. 방역 당국은 이 선박에 대해 검역법에 따른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방역 당국은 “통상 선박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국가가 최종 목적지 국가에 통보를 하는 것이 관례지만 러시아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없었다”고 밝혔다.
손태종 질병관리본부 검역지원팀장은 “우리 국민 접촉자 중에 추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다”면서 “근접 접촉이 이뤄졌는지는 일단 역학조사를 좀더 면밀히 해봐야 알 수 있으며, 현재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20-06-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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