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늘어나는 지역사회 감염
성남 은혜의 강 교회 관련 43명 추가 확진35평 공간서 100명 다닥다닥 붙어 예배
“코로나 5월 주춤 후 겨울에 다시 올 수도”
박원순 “종교행사 온라인 또는 자제해야”
은혜의 강 교회 방역 작업
16일 경기 성남시청과 보건소 직원들이 최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은혜의 강 교회 건물을 상대로 방역작업을 펼치고 있다. 보건당국은 지난 1일과 8일 이곳에서 강행한 주말예배에 참석한 신도들을 중심으로 감염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경기 성남시와 서울 서대문구에 따르면 은혜의 강 교회에서 지난 1일과 8일 예배에 참석한 신도 41명과 이들 신도와 접촉한 지역 주민 1명 및 가족 1명을 합해 총 43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서대문구 거주 확진환자는 모자 사이로, 어머니가 해당 교회 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동소방서 구급대원인 60세 남성도 이 교회 교인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지난 8일 예배에 참석했으며 12일까지 코로나19 환자 이송 구급차 운전을 담당했다. 다만 감염보호복을 착용해 대민 접촉 가능성은 없었다고 소방청은 설명했다.
성남시는 신원이 확보되지 않은 29명에 대해서도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확진환자가 추가로 더 나올 수 있다. 첫 확진환자 발생 이후 자가격리된 신도가 7명에 불과해 신도 대부분이 아무 제한 없이 활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 전파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추가 확진환자 중 한 명이 지난 13일까지 분당구 백현동행정복지센터에서 노인환경지킴이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고, 최초 확진환자의 감염 경로도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이 교회에서는 예배에 참석한 사람을 소독한다며 입에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렸는데, 이것이 감염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은 “1일과 8일 교회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교회 측이 예배당 입구에서 예배를 보러 온 사람들 입에 분무기를 이용해 소금물을 뿌린 것을 확인했다”며 “분무기를 소독하지 않은 채 다른 예배 참석자들의 입에 계속 뿌리는 모습도 확인돼 확진환자가 더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혜의 강 교회 김모 담임목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사죄한 뒤 “사태 정리 후 그만두겠다”며 은퇴를 시사했다.
은혜의 강 교회는 입주한 상가 건물의 3층과 4층을 각각 절반씩 예배당, 식당과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다. 예배당과 식당 각 115㎡(약 35평) 크기로 예배 때마다 전체 신도 130여명 중 100여명이 참석했다. 좁은 공간에 신도끼리 다닥다닥 붙어서 예배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4층에서는 음식을 만들어 함께 식사하고 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확진환자와 접촉한 88명은 모두 음성으로 판명됐다. 이 확진환자는 은혜의 강 교회 확진환자인 아내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는 간호사 3명과 남자 임상병리사 1명이 추가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총 26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에서는 이날 구로구 콜센터 관련 확진환자가 134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82명, 경기 33명, 인천 19명이다. 경기 부천의 생명수 교회에서 15명, 경기 수원의 생명샘 교회에서 10명 등 종교시설에서 연이어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서울 동대문구 동안교회와 PC방에서도 26명이 발생한 상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여전히 33%의 교회가 오프라인으로 예배를 진행한다”며 “당분간 종교행사를 온라인으로 하거나 자제해 줄 것으로 강력히 간곡하게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집단 발병 사례는 종교행사와 같이 닫힌 공간에서 밀접 접촉이 발생해 확진환자 발생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월쯤이면 가라앉았다가 겨울에 다시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사스 유행 때는 국내에 환자가 없었는데도 5개월간 방역 태세를 가동했고, 신종플루는 1년 3개월, 메르스는 첫 환자 발생 218일 만에 종식됐다.
서울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서울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20-03-17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