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방암 달라졌다…‘40세 미만’ 줄고 서구형 추세”

“한국인 유방암 달라졌다…‘40세 미만’ 줄고 서구형 추세”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0-08 09:36
수정 2018-10-0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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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 등 환경변화 결과…삼성서울병원 “예방·치료 패러다임 전환 서둘러야”

한국 여성의 유방암 발생 양상이 바뀌고 있다. 한때 30%에 육박했던 40세 미만 젊은 유방암 환자 비율이 점점 낮아지면서 2년 후인 2020년께는 서구와 엇비슷한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유방암은 다른 암과 비교해 수술 뒤 예후가 좋은데다 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사진은 유방초음파 검사 모습. 서울신문 DB
유방암은 다른 암과 비교해 수술 뒤 예후가 좋은데다 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사진은 유방초음파 검사 모습. 서울신문 DB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의 유방암은 서구권과 달리 젊은 환자 비중이 높은 게 특징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남석진·김석원·이세경 교수 연구팀은 1990년 이후 한국유방암등록사업에 등록된 환자 10만8천894명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젊은 유방암 환자 비율이 유달리 높은 상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유방암 연구 및 치료’(Breast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 40세 미만 유방암 환자는 1만6천877명으로, 전체 분석 대상의 15.5%로 집계됐다. 전체 환자 수로 볼 때 우리나라 역시 다른 아시아권 여성과 마찬가지로 젊은 유방암 환자 비율이 높은 셈이다.

하지만 시기별로 보면 40세 미만의 유방암 환자 비율이 1990년대 30%대에 가까웠으나 2010년 무렵부터는 10%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런 비율은 앞으로 2년 후인 2020년에는 5% 안팎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예상이다.

국내 유방암 환자 증가세는 2007년 이후 다소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환자 수가 해마다 4%가량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40세 미만 젊은 유방암 환자가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또 젊은 유방암 환자에게서 비교적 예후가 좋은 임상적 유형인 ‘루미날 A’(Luminal A) 환자가 증가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루미날 A형에 속하는 유방암 환자는 여성호르몬 수용체(ER+/PR+)는 양성이지만 성장호르몬 수용체(HER2-)는 음성인 경우를 뜻한다.

올해 남석진 교수 연구팀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유형은 서구권 유방암 환자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주요 특징 중 하나로 꼽힌 바 있다. 서구권은 이런 비율이 43.7%에 달했지만, 아시아권은 28.3%로 낮은 편이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연구팀은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적 소인은 과거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환경적 요인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서구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여성들 역시 동물성 지방 섭취량 증가, 비만 인구 증가, 빠른 초경, 늦은 출산 등으로 환경적 요인이 변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다.

또 40세 이후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유방촬영술을 받도록 한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유방검진이 시행되면서 환자 수가 늘어 젊은 유방암 환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게 됐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40세 미만 환자들의 유전적 소인에 따른 발병을 막을 방법은 아직 없지만, 환경적 요인에 따른 유방암 위험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석진 교수는 “앞으로 우리나라 유방암 발생 분포는 더 서구화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며 “특히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젊은 환자들의 경우 특정 유형을 중심으로 증가가 계속될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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