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리스 여성 3천549명 데이터 분석 결과
5명 이상의 자녀를 낳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노년기 알츠하이머성 치매(알츠하이머병)를 앓게 될 확률이 70%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공동 1저자 배종빈 임상강사)은 그리스 연구팀과 함께 한국 및 그리스 60대 여성 총 3천549명의 출산과 유산 경험이 알츠하이머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3천549명은 60세 이상 한국인 여성 3천574명과 60세 이상 그리스 여성 1천74명을 더한 전체값에서 자궁 혹은 난소 적출 수술을 했거나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는 여성을 제외한 수치다.
연구 대상이 된 60세 한국 여성 2천737명 중 5명 이상 출산한 여성은 713명으로 26%였고, 65세 그리스 여성 중에는 3명(0.37%)만이 5명 이상을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연구대상자 3천549명 중에서는 716명(20%)이 5회 이상 출산한 여성이 된다.
이후 외부 요인을 배제하고 출산 횟수에 따른 알츠하이머병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5회 이상의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출산 경험이 1~4회인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최대 70% 높게 나타났다.
또 유산을 경험한 여성은 이를 경험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절반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여성과 그리스 여성을 각각 분석했을 때에도 출산과 유산이 알츠하이머병에 미치는 영향은 유사한 경향성을 보였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출산과 유산이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 위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은 여성을 대상으로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를 실시했다.
그 결과 5회 이상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점수가 1~4회 출산 여성에 비해 낮았다. 유산을 경험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점수가 높았다.
알츠하이머병 단계까지 발전하지는 않더라도 5회 이상의 출산은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반대로 유산 경험은 인지기능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연구팀은 신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농도 변화가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대개 에스트로겐의 혈중 농도는 임신 후 점진적으로 증가해 임신 전 대비 최대 40배까지 올라가고 출산 후에는 수일 만에 임신 전의 농도로 돌아오는데, 이러한 변화가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선 연구에서도 지나치게 높은 농도의 에스트로겐 또는 갑작스러운 에스트로겐의 감소는 신경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김 교수는 “여러 번의 출산으로 인한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반복적으로 겪는 것은 뇌의 인지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국내에서는 60세 이상 여성의 다섯 명 중 한 명이 5회 이상의 출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므로 이들에 대한 주기적인 인지기능 평가와 증진 훈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ology) 7월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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