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오일에 환경호르몬…남자아이 ‘여성형유방증’ 유발”

“라벤더오일에 환경호르몬…남자아이 ‘여성형유방증’ 유발”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18 13:49
수정 2018-03-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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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립환경보건과학원 발표…“라벤더·티트리 오일 내 화학물 분석 결과”“이외 수십종 에센셜 오일에도 비슷한 물질있어…보건당국 규제 필요”

이른바 ‘순수 자연주의 웰빙 아로마테라피’ 상품으로 광고되고 있는 라벤더 오일(lavender oil)과 티트리 오일(tea trea oil)에 환경호르몬이 들어 있어 남자 어린이에게 여성형유방증(gynecomastia)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형 유방증은 말 그대로 남자의 유방이 여성 유방의 크기나 모양, 유선 발달 등 특징을 가지는 쪽으로 발달하는 증세를 말한다.

18일 국제 학술단체 ‘내분비학회’(The Endocrine Society)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환경보건과학원(NIEHS) 소속 타일러 램지 연구원은 이런 연구 결과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이 학회의 제100주년 연례학술대회 ‘엔도(ENDO) 2018’에서 19일(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이다.

라벤더·티트리 오일은 미국과 한국 등에서 팔리는 이른바 ‘에센셜 오일’의 대표적 품목들로, 마사지와 아로마테라피 등에 흔히 쓰이며 방향제, 향수, 비누, 로션, 샴푸, 린스, 세제 등에 들어가기도 한다.

램지 연구원은 “우리 사회는 에센셜 오일이 안전하다고 여기지만, 다양한 양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으며 이 중 일부는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들이므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바로 ‘환경호르몬’이라는 용어의 의미다.

사춘기 전 남자 어린이에게 여성형유방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지만, 라벤더·티트리 오일이 함유된 제품을 피부에 사용했을 때 이 증상이 발생했다가 제품 사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램지 연구원은 설명했다.

공동 연구자 중 하나인 NIEHS의 케네스 코라크 박사는 예전 연구에서 라벤더·티트리 오일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으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작용을 억제한다는 증거를 발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몸 속 호르몬의 작용과 분비가 교란돼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라크 박사와 램지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라벤더·티트리 오일을 구성하는 수백·수천 가지의 화학물질 중 8개 성분을 골라 상세히 분석했다.

유칼립톨, 4-테르피네올, 디펜틴/리모닌, 알파-테르피네올 등 4개 성분은 라벤더·티트리 오일 양쪽에 포함돼 있으며, 리날릴 아세테이트, 리날룰, 알파-테르피닌, 감마-테르피닌은 둘 중 하나에 포함돼 있다.

연구진이 이 8가지 화학물질들의 영향을 실험실 환경에서 시험해 본 결과, 사춘기 전 남자 어린이에게 여성형유방증을 일으킬만한 체내 여성·남성호르몬 내분비 여건을 조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화학물질들은 라벤더·티트리 오일 외에도 수십종의 에센셜 오일에 포함돼 있으나 보건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램지 연구원은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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