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코레일만 적용되는 이상한 ‘성과급’ 기준…파업 명분 ‘임금 체불’ 촉발

[추신]코레일만 적용되는 이상한 ‘성과급’ 기준…파업 명분 ‘임금 체불’ 촉발

박승기 기자
박승기 기자
입력 2024-12-14 06:00
수정 2024-1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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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코레일서 올해 231억원 임금 체불 발생
32개 공기업 중 유일하게 기본급의 80% 적용
노사 간 갈등 원인, 파업 때마다 핵심 쟁점 부상
지침 따르면 임금체불, 단협 이행 인건비 초과

<편집자 주> ‘추가로 신문에 내주세요’를 줄인 ‘추신’은 편지의 끝에 꼭 하고 싶은 말을 쓰듯 주중 지면에 실리지 못했지만 할 말 있는 취재원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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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9일 서울역에서 열린 ‘힘내라 철도 퇴진하라 윤석열’ 철도파업 지지 문화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9일 서울역에서 열린 ‘힘내라 철도 퇴진하라 윤석열’ 철도파업 지지 문화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시작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총파업이 일주일만인 11일 마무리됐습니다. 최근 철도노조 파업 때마다 노사 간 쟁점 중 하나로 임금 체불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코레일의 올해 체불액이 231억원에 달합니다. 매년 체불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일반 기업이라면 사업주의 구속을 피할 수 없는 위중한 사안입니다. 임금 체불은 성과급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코레일은 32개 공기업 중 유일하게 경영평가 성과급 지급 기준이 기본급의 100%가 아닌 80%를 적용받습니다. 기획재정부의 무리한, 오락가락 지침이 공기업의 노사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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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총파업 닷새째인 9일 열차 감축 운행 여파로 이용객 불편과 화물 운송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역 열차 출발 안내판에 운행 중지 안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총파업 닷새째인 9일 열차 감축 운행 여파로 이용객 불편과 화물 운송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역 열차 출발 안내판에 운행 중지 안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4일 코레일과 철도노조 등에 따르면 성과급 지급기준이 기본급의 80%로 정해진 것은 2009년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 지침 위반에 따른 페널티입니다. 당시 정부는 상여금(300%) 등을 기본급에 포함하는 임금체계 개편을 지시했으나 코레일은 노조의 파업(11·26 파업) 혼란 속에 1년 뒤에야 임금 협약이 체결됐습니다. 이에 기재부가 성과급을 기본급의 100%가 아닌 80%로 적용하는 처분을 내리게 됩니다. 80%는 상여금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올해 기준 1인당 평균 70만원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코레일은 2011~17년까지 이 기준에 맞춰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노사 갈등이 확산했습니다. 급기야 2018년 노사는 기본급의 1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고 2018~2021년까지는 100%를 지급했습니다.

그러다 2021년 감사원이 성과급 과다 지급을 지적하자 그간 침묵하던 기재부가 2022년 12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80% 환원을 결정하게 됩니다. 코레일은 2022~2026년까지 매년 4%씩 성과급 지급 기준을 감액하고 있습니다. 2022년 96%, 2023년 92%, 2024년 88%, 2025년 84%, 2026년 80%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식입니다. 근로 의욕 저하와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2020년 입사한 직원은 성과급이 매년 줄어드는 불합리한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코레일의 기본급이 공기업 전체 평균의 73% 수준인데 성과급을 반영하면 58%까지 떨어진다”며 “특별 대우를 요구하는 게 아니고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에 맞게 정상화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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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코레일 사옥과 KTX. 서울신문 DB
대전역 코레일 사옥과 KTX. 서울신문 DB


코레일은 ‘진퇴양난’입니다. 정부 지침(80%)을 따르면 임금 체불이 발생하고, 노사 단체협약(100%)을 이행하면 정부 지침 위반으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행이랄까 최근 4년간은 경영평가에서 성과급이 없는 D·E를 받아 그나마 혼란을 줄일 수 있었다는 웃지 못할 분석이 나옵니다. 공기업은 총인건비에서 기본 성과급(200%)을 별도 항목으로 관리합니다. 경평이 ‘D’ 이하면 기본만 받고, ‘C’ 이상은 추가 성과급이 있습니다. 80% 적용 시 기본에서만 140만원이 줄어듭니다. 경평 성적이 좋다면 ‘예비비’에서 성과급을 조달할 수 있지만 임금 체불액은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

단협에 따라 100%를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느닷없이 경평에서 ‘C’라도 맞게 되면 120%의 성과급(약 700억원)을 추가 지급해야 하는 데 지침 위반으로 예비비를 사용할 수 없기에 인건비에서 조달해야 합니다. 그러면 총인건비가 초과해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됩니다.

철도산업계 관계자는 “불합리한 성과급 지급 기준으로 코레일은 경영 불능에 빠지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는 구조”라며 “지난 7년간 페널티를 받은 만큼 기재부가 100% 환원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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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업을 거치며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여 개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윤진환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지난 6일 “정부에 결정 권한이 있는 성과급 문제는 정부 안에서도 공론화가 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기재부는 내년 연구용역을 거쳐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철도노조는 “새로운 지침 시행도 아니고 굳이 연구영역까지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감사원 지적을 의식한 전형적인 면피 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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