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참사 현장에 희생자들의 이름을 담은 사진 작품들이 게시됐다. 이름을 밝히기 어렵거나 유족이 원치 않은 경우 별 모양으로 표시됐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참사 현장인 해밀톤호텔 옆 골목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빌보드 개막식을 열었다.
이번 참사 2주기 빌보드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노순택 사진작가와 용산화재참사, 세월호참사 등을 꾸준히 기록해 온 홍진훤 사진작가, 노동자들의 일상을 기록해 온 윤성희 사진작가가 참여했다.
가장 먼저 소개된 윤 작가의 작품은 ‘명멸하는 밤’이라는 제목으로 어둠을 밝히는 불빛을 찍은 작품이다. 홍 작가는 2001년 일본 효고현에서 발생한 아카시시 육교 압사 참사 현장을 찍었다. 사진 안에는 ‘부디, 그날 밤을 기억하는 모두의 오늘이 안녕하기를 바란다’는 문구가 적혔다.
노 작가는 참사 100일 되던 날 남해 바닷가에 뜬 달을 사진으로 담았다. 사람들은 달의 앞면만 볼 수 있고, 보고 있지만 참상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그 이면의 모습도 밝혀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사진 작품과 더불어 참사로 숨진 외국인 희생자들의 출신을 반영해 14개 국어로 번역된 메시지도 함께 게시됐다. 당시 희생자 중에는 대한민국 외에도 미국·중국·일본·베트남·스리랑카·태국·프랑스·호주·오스트리아·노르웨이·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이란 국적 희생자도 있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금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 골목에 휘몰아쳤던 고통과 아우성이 아직 우리 귀에 맴돌고 있다”며 “억울하게 희생 당한 영혼을 애도하며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소중하게 대해주길 바라 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인 자캐오 신부는 “여기 설치된 작품들은 이곳을 오가는 이들에게 질문과 위로를 주며 다양한 방식으로 말을 거는 연결고리”라며 “앞으로도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지지 않는 159개 별을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호주인 희생자 그레이스 라쉐드(Grace Rached)씨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와 동생들, 사촌 언니가 현장을 찾았다. 조안 라쉐드 씨는 작품을 들여다보다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을 담당한 총괄 아트디렉터 권은비 작가는 “전세계에 이태원참사 피해자가 흩어져 있고 전국에서 피해자들이 가슴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기억과 안전의 길은 아직도 임시 추모시설로 남아 있는데 진실이 밝혀지면 제대로 애도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