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사냥? 대박1%·쪽박99% 열정페이”…어느 바운티헌터의 고백

“코인 사냥? 대박1%·쪽박99% 열정페이”…어느 바운티헌터의 고백

고혜지 기자
고혜지 기자
입력 2020-06-18 15:30
수정 2020-06-18 15:3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탐사기획]암호화폐 범죄를 쫓다

암호화폐 홍보·대행 업체 김우찬 대표
쓸만한 뉴스나 정보 뿌리며 투자 모집

수억~수천만원 번 헌터? 그건 옛말

코인 광풍에 휩쓸리듯 시작은 했지만
100쪽 백서 번역한 대가 고작 500원
‘바운티헌터’인 김우찬 블록체인 마케팅사 TEMPi 대표의 모습. 김 대표는 2018년부터 새로 발행되는 전세계의 암호화폐에 대한 홍보를 대행해주고 그 보상으로 코인을 받는 바운티헌터의 세계에 입문했다.2020.6.18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바운티헌터’인 김우찬 블록체인 마케팅사 TEMPi 대표의 모습. 김 대표는 2018년부터 새로 발행되는 전세계의 암호화폐에 대한 홍보를 대행해주고 그 보상으로 코인을 받는 바운티헌터의 세계에 입문했다.2020.6.18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한 개만 터져라는 마음으로 보상 코인을 수집합니다”

블록체인 마케팅사 TEMPi 김우찬(32) 대표는 ‘바운티헌터’다. 직역하면 현상금 사냥꾼. 그는 발행을 준비하는 암호화폐들의 홍보·마케팅을 대행하고 그 보상으로 ‘코인’을 받는다.

김씨는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 “해외 코인 업체들의 국내 홍보를 하고 수당으로 코인을 받는 데 그 코인이 대박이 나야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는 “바운티헌터 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까지 번 사람들이 있다”며 “돈 안들이고 코인을 받을 수 있어서 2018년부터 일을 시작했다”며 코인사냥꾼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2017년 비트코인 광풍과 함께 ‘불장(코인 시세의 급격한 상승기)’이 열리면서 수많은 코인 발행 프로젝트가 생겨났다. 당시 투자금이 몰리면서 많은 코인들이 발행됐고 바운티헌터들도 고수익을 거뒀다.

바운티헌터는 단체 채팅방 커뮤니티 관리자(CM), 암호화폐 백서 번역, SNS 인플루언서 등으로 마케팅 분야도 다양하다. 주로 업체가 ‘투자금 얼마를 모았다’, ‘유명 기업·인물과 협약했다’ 등의 뉴스를 각국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한국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돕는 마당발 역할도 한다. 바운티헌터는 업체와 전체 발행 코인 중 일부에 대해 보상 약정을 한다.

하지만 김씨의 코인 사냥은 ‘쪽박’ 수준이다. 김씨는 “지인과 함께 100쪽 짜리 암호화폐 사업계획서(백서)를 번역한 대가로 받은 1000만원 어치의 코인 가치가 현재 500원 정도”라며 “열정페이를 받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결과적으로 대박이 1개라면 쪽박은 99개인 복불복 뽑기가 바로 코인 투자였다”며 “40개가 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받은 코인을 현금화해도 겨우 6달러 정도로 채 1만원이 안된다”고 씁쓸해했다. 그가 받은 코인의 절반은 현금화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미지 확대
김우찬 대표가 바운티헌터로서 새로 참여할 코인 발행 프로젝트를 찾기 위해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2020.6.18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김우찬 대표가 바운티헌터로서 새로 참여할 코인 발행 프로젝트를 찾기 위해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2020.6.18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김씨는 ‘코인 사냥’ 전략을 바꿔 코인 보상에서 현금 보상으로 전환했다. 바운티헌터 저마다 대박을 좇아 수십 개의 프로젝트를 벌이다 보니 홍보·마케팅 수준도 부실화되고 있다. 그 역시 이 같은 바운티헌터의 생태계를 우려한다.

블로그 홍보가 꽉잡고 있는 국내에서 바운티헌터는 유망 직종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해외에선 사정이 다르다. 전 세계 모집 사이트에서는 이날 기준 295개 업체들이 바운티헌터를 찾고 있으며 지금까지 5724개의 코인 발행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한 코인업계 관계자는 “필리핀 같이 달러 가치가 높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바운티헌터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연관된 각종 범죄 및 피해자들을 다룬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리와 다단계 투자 사기, 자금세탁·증여, 다크웹 성착취물·마약 등 범죄와 관련된 암호화폐 은닉 수익 등에 관한 제보(tamsa@seoul.co.kr)를 부탁드립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