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방·블랙수면방까지 수면 위로…이태원 집단감염에 떨고있는 성소수자

찜방·블랙수면방까지 수면 위로…이태원 집단감염에 떨고있는 성소수자

이보희 기자
입력 2020-05-10 09:35
수정 2020-05-1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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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의 9일 오후 모습. 2020.5.9  연합뉴스
사진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의 9일 오후 모습. 2020.5.9
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용인 거주 29세 남성이 이달 초 연휴를 맞아 2일 새벽 이태원의 클럽 5곳을 방문했는데, 이중 다수가 성 소수자가 주로 다니는 클럽으로 알려졌기 때문.

10일에는 ‘찜방’ ‘블랙수면방’ 등의 검색어가 포털 사이트 상위권에 등장했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던 안양시와 양평군 확진자가 4일 00시 30분부터 5일 8시 30분까지 블랙수면방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것.

블랙수면방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찾는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찜방으로 익명의 남성과 성행위를 벌이는 공간으로 알려졌다. 주로 현금을 내기 때문에 누가 다녀갔는지 알 수도 없고, 이들 중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동선을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깜깜이 전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한국에서는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18명 발생해 5일 만에 일일 확진자가 10명을 넘어섰는데 이중 17명이 이태원 클럽 확진자와 관련이 있다.

29세 용인 확진자가 감염 상태에서 이태원뿐만 아니라 서울 다른 지역과 인근 경기도와 강원도 등까지 이동하면서 2000명가량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9일(현지시간) 이러한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소식을 전하면서 “일부 언론이 성 소수자가 주로 찾는 장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상황을 구체적이고 선정적으로 다루고 있다. 성 소수자 사회에서는 차별받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성애를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한국에서 성 소수자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차별도 넓게 퍼져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6일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한국 정부의 ‘감염자 추적’ 모델은 높이 평가받기도 했지만,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감염자의 소재 파악을 위해 스마트폰 앱과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할 경우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안심 밴드’ 착용까지 IT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감염자 추적 과정에서 성 소수자가 강제로 ‘커밍아웃’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

개인의 동선을 공개하는 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권과 사생활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게 성 소수자 단체들의 주장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성적 지향이 드러나는 이른바 ‘아우팅’을 우려해 진단을 받지 않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한국 정부는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가 폭증하자 주점과 클럽의 영업 중단 조치를 한 달 연장했으며, 동시에 해당 기간 클럽 방문객들에게는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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