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주민들 항의에 결국 수원 떠난다

고은 시인, 주민들 항의에 결국 수원 떠난다

이혜리 기자
입력 2017-05-29 08:14
수정 2017-05-2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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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84) 시인이 결국 “수원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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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하는 고은 시인
기조연설하는 고은 시인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컨벤션홀에서 열린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고은 시인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7.5.23
연합뉴스
29일 예술계에 따르면 수원시가 삼고초려 끝에 주택까지 제공하며 모시고 온 고은 시인이 퇴거를 요구하는 주민 시위에 충격을 받아 “수원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고은 시인의 퇴거를 요구하는 주민들은 수원시 광교저수지 상류에 있는 광교동 주민들이다. 이들은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로 인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며 수원시에 보호구역을 해제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시와 주민 간의 갈등이 시인의 퇴거 문제로 번졌다.

주민들은 “수원시가 특정 시인을 위해 세금 9억 5000만원을 들여 주택을 리모델링하고 매년 1000만원이 넘는 공공요금 등을 제공하면서, 주민들에겐 상수원 보호를 명목으로 증축 등을 막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시인이 머물고 있는 상광교동 집 앞에 트랙터 등을 세우고 퇴거를 요청하고 상광교동 곳곳에 퇴거를 요청하는 현수막을 내건 채 퇴거 때까지 시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수원시는 “어렵게 모셔왔는데 어쩌면 좋으냐”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역 문학계 인사들은 “원로 시인을 모셔 놓고도 수원시의 갈팡질팡하는 행정으로 결국 시인이 떠나야 하는 위기에 이르렀다”며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해제와 전혀 상관없는 시인의 퇴거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은 시인은 30여년간 안성의 대림동산에 살아오면서 노벨상 단골 후보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수원시가 2013년 ‘정조대왕과 인문학의 도시’를 표방하며 고은 시인을 모셔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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