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악취에 정신 혼미… 분리수거 생활화 절감”
“돈을 캐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녹색성장이 나오는 곳이라기에 정신집중을 하려 했지만 너무 고통스럽네요.” 지난 26일 오전 10시 연녹색 작업복 차림을 한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북서울 꿈의 숲’ 인근 월계로(번3동) 강북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 지하 2층 유리병 선별 작업대에서 팔을 걷어붙인 채 이같이 말했다. 시큼하면서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강북구는 물론 인근 노원·도봉구에서 분리수거한 재활용품이 모두 모이는 곳이다. 박 구청장은 다른 사업장에 비해 노동 강도가 센 이곳을 찾아 일일 공공근로자로 깜짝 변신했다. 비지땀을 흘리는 근로자들에게 예의가 아닌 줄 알면서도 코를 막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목이 칼칼하고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지난 26일 월계로 강북재활용품 선별처리시설에서 일일 공공근로자로 변신한 박겸수 강북구청장이 유리병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냉방·환풍시설도 무용지물일 정도로 악조건에서 일하는 줄 몰랐다.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생활습관을 가져야겠다는 걸 절감한다. 유리잔, 비닐봉지 하나라도 소중하다는 것을….”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작업장엔 매일 아침마다 65~67t씩 반입된다. 강북·노원·도봉구의 공동이용 협약 체결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노원구에서, 이달 초부터는 도봉구에서도 받는다. 이 때문에 하루 평균 46t에 그치던 반입량이 휴일치까지 쌓이는 월요일의 경우 100t을 웃돌기도 한다.
강석헌 현장관리책임자는 “반입된 물량의 40%가 쓰레기여서 1t당 13만원에 업자에게 돈을 주고 넘긴다.”며 “엄청난 예산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가정에서부터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 구청장은 30분여 지나면서는 제법 빠른 속도로 병을 고르기 시작했다. 역한 냄새 탓에 밖으로 들락날락하는 사이에도 50분 일한 뒤 10분 휴식하는 작업장 규칙에 따라 꿋꿋이 근로자들과 함께했다.
오전 11시 꿀맛 같은 휴식시간. 그는 휴게실에 모인 근로자들에게 “여러분이야말로 녹색성장과 지구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주역”이라며 “이렇게 잠시나마 마음을 함께하게 돼 흐뭇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처음엔 정신이 혼미하지만 금을 캔다고 생각하니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며 “잡념도 사라지고 도를 닦는 것 같아 가끔 나태해질 때면 종종 와서 일해야겠다.”고 말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강북재활용품선별처리시설장에서 일하는 공공근로자는 100여명에 이른다. 힘든 근무환경 때문에 중도에 포기를 많이 한다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들의 1일 임금은 3만 8000원. 구는 열악한 근무조건을 고려해 하루 3000원의 격무수당도 지급한다.
박 구청장은 “연 3억 7000만원의 판매수익을 창출하는 곳인데 작업환경이 나빠 안타깝다.”며 “학생·주부 현장체험 코스로 만들어 분리수거의 소중함을 일깨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2011-07-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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